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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같다" 외면했다가…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또 위기

    입력 : 2023.02.15 11:29 | 수정 : 2023.02.15 12:04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5단지 앞에서 롯데타워가 보이는 모습. /김서경 기자

    [땅집고] ‘잠실 랜드마크’를 노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또 다시 연기될 상황에 처했다. 조합이 국제공모전 1위 설계안을 배제하자, 해당 설계안을 낸 업체측이 잠실주공 5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인정 가처분에서 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잠실주공 5단지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35층 룰’을 깨고 이례적으로 50층 이상을 승인받으면서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채택된 설계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당시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이 조성룡도시건축 컨소시엄이 제시한 ‘잠실대첩’이다. 그런데 주민 대다수가 당선작을 보고 ‘닭장아파트를 방불케 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고, 조합은 3년이 넘도록 서울시 심의가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을 미뤘다.

    이에 조성룡도시건축 측은 ‘당선자 지위를 확인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조합 측은 이를 ‘협의 불발’로 받아들여 2위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땅집고] 잠실주공5단지 국제공모전 설계 지침서 중 일부. /독자제공

    ■ 국제설계공모 1위 업체 대신 2위 업체와 계약…송사에 휘말려

    잠실주공5단지는 잠실주공단지 재건축의 마지막 퍼즐이다. 재건축사업을 통해 현재 3930가구의 잠실주공 5단지는 최고 50층, 6815가구로 탈바꿈한다. 이곳은 2013년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며,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마련한 지 약 7년 만인 지난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조건부로 통과했다.

    당시 서울시 심의 통과의 조건이 바로 ‘설계회사 문제를 명확히 하라’는 것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심의를 통과하려면 설계 회사가 정해져야 한다”며 “관련 논란을 정리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국제설계공모 1등 당선작, 2위 당선작(위, 아래)/UBAC조성룡도시건축, 잠실주공5단지재건축조합 홈페이지

    현재 조합은 1, 2위 설계안 중 어느 것을 택하든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야 한다. 1위 당선작으로 추진하려면 이미 계약을 맺은 2위 회사에 위약금을 물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1위 당선작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데도 시간을 써야 한다.

    2위 설계안으로 밀고 가려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 소송 결과로 인해 2위 설계안을 낸 회사와의 계약은 효력이 정지됐다. 또한 당선작을 낸 조성룡도시건축에 배상금도 줘야 한다. 이 안으로 가려면 항소 재판부가 조합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현재 조합은 항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2일 열리는 대의원회 총회 안건으로 ‘손해배상 소송 항소 건’ 등을 올릴 예정이다. 조합 측은 법이나 규정을 어긴 적이 없다며 항소 재판에서의 승소를 자신했다.

    설계 업체 변경의 원인 제공도 사실상 조성룡도시건축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성룡도시건축회사 측이 소송을 먼저 제기했고, 조합은 이를 ‘(계약을 위한) 협의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간주, 설계지침서에 따라 2위 설계안을 낸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당시 설계안 지침에는 “발주처는 2단계 공모 1등 당선자가 우선협상권을 포기하거나 우선협상이 결렬될 경우 차순위자에게 협상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아울러, 지난해 2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서 조건부 통과를 받은 계획안 역시 2위 회사의 설계안이다. 조합 측은 서울시가 이 점을 알고도 심의를 내준 만큼, 차순위 설계안으로 사업 추진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땅집고] 잠실주공5단지 정문. /김서경 기자

    ■ 조합, 항소심서 1심 판결 뒤집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조성룡도시건축 측은 “3년 간 계약 추진을 위해 노력했으나, 조합 측이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법원 판결을 인용해 “(사측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하는 것이 정당화될 정도로 협조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전했다. 설계안지침에 따르면 당선일로부터 60일 이내 계약을 체결해야 하나, 양측이 3년이 넘도록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계약도 미뤄졌다.

    향후 재판 전망에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렸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조합이 주장하는 내용을 1심 재판부도 고려했을 것”이라며 “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손해배상 책임도 없다는 판결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항소심이 열려도 조합이 1심 판결을 뒤집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반면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이례적인 사안”이라면서도 “시공사 선정 등으로 인해 정비사업 조합이 법정 다툼을 할 때가 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주공 5단지는 한강변 입지인데다 지하철 2, 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을 끼고 있고 초고층으로 지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재건축이 완료되면 대장주 단지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정비업계에서는 용적률이 180% 미만일 때 ‘사업성이 있다’고 보는데, 이 단지 용적률은 138%다. 현재 15층인 최고 층을 2배로 올려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와 백화점, 마트가 모두 도보권에 있어 인프라도 우수한 편이다. 시공사는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GS건설이 선정됐다.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은 잠실주공 5단지 재건축은 중요 고비 때마다 생각지도 않은 이슈들이 터지며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업지역 내 초등학교 이전문제로 사업 중단 문턱까지 가는 위기를 맞았었다. 올해는 연초부터 설계안을 둘러싼 소송전에 휘말리며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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