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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보고 기절초풍" 공공임대 입주자들이 분노한 이유

    입력 : 2023.02.12 11:41

    [땅집고] SH가 양천구에 공급한 '목동2차우성'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자로 당첨돼 사전점검을 갔다가 집 상태에 경악했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공공임대아파트 입주하려고 반 년쯤 기다렸고, 순번 돌아올 때 정말 기뻤는데 사전점검 다녀온 이후로 계약할지 고민이네요. 예상보다 집 상태가….”

    최근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마다 사전점검 기간 발견되는 각종 하자나 부실공사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비단 민간아파트 뿐 아니라 공공임대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관리하는 임대아파트에선 기존 거주자가 퇴거하면 새 입주자를 배정한 뒤 주택 내부를 둘러볼 기간(주택개방)을 지정해준다. 이 시기에 부푼 마음을 안고 방문했다가 더러운 집 상태를 확인하고 임대주택 거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본인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급기야는 계약 포기까지 고려하는 예비입주자들이 늘고 있다.

    [땅집고] SH가 양천구에 공급한 '목동2차우성' 공공임대아파트 화장실 천장 마감이 떨어져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실제로 SH가 서울 양천구에 공급한 ‘목동2차우성’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로 당첨돼 최근 주택을 둘러봤다는 A씨는 “사전점검 다녀왔는데 계약해야할지 고민이다”며 “25년 된 아파트라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상태가 더 그렇더라. 벽지랑 장판만 새로 해주고 그 외 부분은 교체가 안된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라는 글과 사진을 남겼다.

    A씨가 올린 사진에 따르면 주방 쪽 바닥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물질로 온통 뒤덮혀있고, 화장실은 천장 마감이 다 떨어져 너덜너덜한 상태다. 이 아파트가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까지 도보로 15분 거리인데다, 남쪽에는 공원을 끼고 있어 입지는 서울에서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한 눈에 봐도 지저분한 집 상태를 접한 A씨 입장에선 입주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LH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려고 1년이나 기다렸다고 밝힌 B씨 역시 “집 상태보고 경악했다. 결국 안들어가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며 “상태 점검 때 충격을 받아서 LH 홈페이지에 민원글도 남겼다”고 전했다.

    임대아파트 예비입주자들 사이에선 “아무리 임대아파트라지만, 기존 입주자가 퇴거한 뒤 최소한의 보수라도 진행한 뒤 새 입주자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가 장점이긴 하지만, 공짜로 사는 것도 아닌데 이렇듯 불결하기 짝이없는 집 상태로 일단 임대차계약 먼저 체결하자는 것도 부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땅집고] LH가 공급한 공공임대아파트 베란다 벽면에 곰팡이가 시커멓게 피어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예비입주자들이 최소한으로 정돈된 임대아파트 상태를 보고 계약을 결정할 수 있도록 공공이 도울 방법은 없는 걸까. SH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현행 방침상 임대아파트 당첨자들이 일단 계약·입주한 뒤 하자보수를 신청해야 보수를 진행해주고 있다. 주택 개방 기간 전에 임대주택 상태를 일일이 관리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두 배로 들기 때문”이라며 “입주 청소의 경우 민간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당첨자의 몫”이라고 했다.

    추가 보수를 신청해도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은 ‘일단 입주하면 하자보수 해주겠다’는 공공의 말을 믿고 계약서를 썼는데, 입주한지 수 개월이 지나도록 보수 작업을 해주지 않아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던 경험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가 계속해서 누적된다면 임대아파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땅집고] 입주당첨자들이 최소한 어느 정도 정비된 집 상태를 보고 계약을 결정하도록 LH와 SH가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

    LH와 SH 임대아파트 사전점검 글들을 접한 대다수 네티즌들은 “계약자들을 대체 뭘로 보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본인들이 집 보러 다닐 때 저렇게 되어있는 집 보면 두 말 없이 계약할 건지 묻고싶다”, “어떻게 집을 보여줄 때 저딴 식으로 성의 없이 보여주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에서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전 입주자가 오랜 기간 거주했다가 퇴실한 집일수록 더러운 것 같다. 입주 청소를 하면 집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아질 수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 “하자보수를 접수해주는 직원마다 재량이 다르더라. 일단 전화해서 어느 정도까지 수선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계약을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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