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2.09 08:00
[땅집고] “성수4지구도 트리마제 급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일반 아파트로 지으면 조합원 재산 가치 다 깎는 겁니다.”
서울 한강변 최고 입지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내홍을 겪고 있다. 성수4지구는 1~4지구 중 가장 오른쪽에 있어, 초고층으로 지어질 경우 트리마제(최고 47층)와 함께 성수동 좌우를 장식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시공사ㆍ설계업체 선정, 주택형 배정 등을 둘러싸고 조합원 반발이 극심하다. 이에 조합 집행부가 설계회사 변경과 신속한 사업 추진을 약속했지만, 조합원들은 조합장과 임원 해임을 강행할 태세다.
서울 한강변 최고 입지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내홍을 겪고 있다. 성수4지구는 1~4지구 중 가장 오른쪽에 있어, 초고층으로 지어질 경우 트리마제(최고 47층)와 함께 성수동 좌우를 장식하는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시공사ㆍ설계업체 선정, 주택형 배정 등을 둘러싸고 조합원 반발이 극심하다. 이에 조합 집행부가 설계회사 변경과 신속한 사업 추진을 약속했지만, 조합원들은 조합장과 임원 해임을 강행할 태세다.
■ 한강변 최고 입지인데…설계업체 선정 둘러싸고 조합 내홍
성수4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219-4번지 일대 8만9828㎡에 1579가구를 공급하는 재개발 구역이다. 성수전략지구 중 가장 규모가 작지만, 한강 조망권인데다 토지 등 소유자가 적어 사업성이 높은 편이다. 영동대교에 붙어 있어 강남으로 진출입도 쉽다. 이곳이 ‘금싸라기 땅’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에 조합원들은 성수4지구에 일명 ‘명품 아파트’를 짓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여기에 올 초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35층 층수 제한을 없애면서 50층 초고층 개발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를 통해 성수동 대표 단지인 아크로서울포레스트, 트리마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시공사와 설계회사 역시 ‘수준급’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 사업 설계를 맡은 A업체가 소규모인데다, 대단지 설계 경험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합 내부에 분열이 생겼다. 실제로 성수지구 1~3지구 설계 업체는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업계 10위권의 기업으로, ‘아크로서울포레스트’와 ‘아크로리버파크’를 설계했다. 반면 4지구 설계를 맡은 A업체는 연매출 70억원대로, 대형 사업장 경험이 전무하다. A업체는 10여년 전 대형 설계사와 함께 4지구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컨소시엄이 해체되면서 혼자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성수4지구 고급화·정상화 추진위원회’(고추위)를 결성해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고추위는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설계 업체 변경을 조합에 요구했으나, 묵살됐다고 주장한다. 성수4지구 한 조합원은 “지난해 10월 만들어진 단체방에서 조합의 운영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뒤늦게 설계 업체에 대해 알았다”며 “40여명이 조합장을 찾아가 설계 업체 변경을 요구했으나, 조합은 사업 지연과 분담금 증가 등을 근거로 설계 업체를 두둔했다”고 전했다.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조합 측도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조합장이 나서 조합원들이 원하는 고급화 단지를 건립하겠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이흥수 성수4지구 조합장은 이달 초 조합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우리 성수4지구는 서울에서 가장 가치 높은 한강변 최고 위치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분담금을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 믿었고 소통 부재로 발빠른 대응이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일류 설계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며 “조합원들이 염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를 건설하기 위해 청사진을 연구했고, 조합원들이 말한 사항들도 면밀히 검토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도급순위 5위 이내 시공사 유치, 10위 이내 설계사 유치, 하이엔드 최고급 설계 등을 약속했다. 3월까지 새 설계업체를 선정해 빠르면 2025년 이주 및 철거에 들어갈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설계 업체를 변경하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게 조합의 입장이다. 이 조합장은 “고추위의 계획대로라면 최소 24개월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며 “피해는 조합원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 고추위, 11일 총회 열어 조합장 해임 강행
이 조합장의 사과와 정상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고추위는 11일 총회를 개최해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진 해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조합원 1/10 이상이 요구하면 총회를 열 수 있으며,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서면결의 포함)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으면 조합장 해임이 가능하다. 현재 성수4지구 재개발 조합원은 총 753명인데, 이미 480명(63%)의 서면결의서가 모였다는 게 고추위의 설명이다.
지금의 평형 설계안도 조합원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조합원 대다수가 전용면적 84㎡ 이상 주택형을 받고 싶어하지만, 현재 설계안을 적용하면 100여명은 이보다 작은 면적을 받는다. 조합이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위해 대형 평형을 줄였기 때문. 외관은 일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페인트도색과 저층석재로 마감된다. 트리마제 등은 커튼월과 기둥식구조를 썼다.
후자로 할 경우, 평당공사비는 90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오르지만, 이곳이 최근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는 지역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트리마제 전용 152㎡ 6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3.3㎡ 당 1억원이 넘는다.
업계에서는 성수4지구 내분사태에 대해 ‘터질 게 터졌다’고 보고 있다. 성수동의 한 재개발 전문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4지구 조합에 대해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이 예전부터 많았다”면서도 “재개발 조합 사무실에 사업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직원이 없고, 이러한 직원을 배치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불거진 문제”라고 전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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