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2.03 11:33
[땅집고] 서울 아파트 단지를 비롯한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에서 분양가보다 많게는 수억원 내린 가격의 분양권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진 수분양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도 분양권을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에 처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입주를 앞둔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 전용 65㎡이 최초 분양가 14억 5140만원에서 1억5000만원 내린 13억14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아남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송파더플래티넘은 지난해 1월 분양가가 3.3㎡당 5200만원으로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던 단지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30가구 이상의 아파트들은 주택법에 따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았지만, 이 단지는 29가구만 일반분양을 진행해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나간 단지다. 실거주 의무가 없고, 분양권 전매도 가능했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당시 송파더플래티넘 청약은 29가구 모집에 7만5000명 이상이 몰리면서 평균 2599대1의 네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송파구 집값이 잇따라 하락하고, 호가를 내려도 매수자를 구하는 게 어려워지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분양권을 매도하는 마피 매물이 나타났다. 송파더플래티넘 단지 인근 송파구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 전화는 오고 있지만, 아직 실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은 상태”라고 했다. 초기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가격을 낮춰 급매로 내놨음에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입주를 시작한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 59㎡는 입주자 모집 당시 해당 평형 최고 분양가인 9억2490만원보다 무려 2억4490만원 낮은 가격인 6억8000만원에 나왔다. 금천구 독산동 ‘신독산솔리힐뉴포레’ 전용 68㎡는 6억44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 평형은 지난해 6월 입주자 모집 당시 최고 7억4700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전문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단지의 경우 애초 분양가가 너무 높아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은 “단지의 최초 분양가가 적정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마피 발생 여부가 갈린다”면서 “분양가 상한제 영향을 받지 않은 단지들은 최초 분양가가 높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집값 하락세와 함께 마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를 끌었던 도시형 생활숙박시설, 주거형 오피스텔 등에서도 ‘마피’가 늘고 있다. 아파트 규제가 강화되면서 규제 사각지대였던 고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렸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서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달 입주를 앞둔 성남시 수정구 ‘판교밸리자이’ 3단지 오피스텔 전용 84㎡ 분양권은 8억66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해당 면적 최초 분양가가 9억56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9000만원가량을 낮춰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이 단지는 2021년 1월 진행한 청약에서 282실 모집에 6만5503명이 신청해 8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만큼 인기 상한가였다.
10억원이 넘는 강남 초고가 오피스텔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구 삼성동 ‘파크텐 삼성’ 1동 전용 42㎡ 가 14억3371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곳은 분양 당시 전용 42㎡가 15억~16억원에 공급되었음에도 분양 한 달 만에 완판돼 이목을 끌었던 곳이다.
삼성동 인근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이 악화할지 반등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위험성을 줄이려 마피를 감수하더라도 매물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피스텔의 투자성이 계속 떨어지니 일단 현금화를 해놓고 다음 단계를 기다리는 상황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피스텔 가격은 규제 완화대책 발표 전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오피스텔 매매평균가격은 2억7068만원이다. 올해 1월 매매평균가격은 2억6834만원으로 한 달 새 평균 234만원이 내렸다.
전문가들은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의 가격 하락은 앞으로도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화감정법평가법인 김강산 평가사는 “통상 생숙이나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대체재로 아파트 가격에 후행해서 오르거나 내린다. 이미 아파트 가격이 많이 내려갔고, 주택 규제가 완화한 상황에서 더는 투자 가치가 높지 않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숙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은 임대 목적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렇게 전세가가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는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팔 수밖에 없다. 전세가 하락이 지속하는 이상 생숙과 오피스텔 가격 하락도 당분간 동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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