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2.02 17:23 | 수정 : 2023.02.02 17:57
[땅집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두어 번(a couple of)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도 처음으로 ‘물가 둔화’를 언급해 연내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대감으로 들썩이는 금융권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는 모습이다. 일부 반응이 있긴 하지만, 큰 매수세가 붙지 않으면서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V자’ 반등은 어렵고 하락 후에 횡보하는 ‘L자’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연준은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는 금융위기 전이었던 2007년 10월 이후 약 15년만의 최고치다. 현재 3.50%인 한국과의 금리 차는 최대 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8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이번 금리 인상 폭은 10개월만에 최소폭이다. 지난 12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6.5% 오르는 등 인플레율이 둔화하자 긴축 속도를 늦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물가 상승 둔화’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하며 “과도하게 긴축할 의도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3월, 늦으면 5월에 금리인상을 종료한다고 보고 있다. 이 수준이면 무난하게 연준이 지난해 말 제시한 최종금리 수준인 5.1%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
미국의 금리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으나,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식이나 채권금리 등 금융은 항상 이벤트를 선행해서 시장이 먼저 움직인다”며 “주담대 금리도 하락세로 흐르고 있지만, 건설 경기가 워낙 안 좋고 부동산 자체가 회복이 더딘 시장이라 당분간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수 심리가 아직 제대로 회복하지 않은 상태인데, 미국의 금리인상도 확실히 종료가 예고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본다. 주담대 대출 상단이 최고 8%에서 6%로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국내 저성장, 경기 둔화 이슈 등에 따른 수요자의 구매심리 위축 해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금 이뤄지는 거래 대부분이 실거주자보다는 투자자”라며 “부동산 흐름이 바뀌려면 일반 실거주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집값 하락 기대감이 남아있어 거래 활성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전년도 대비 대출금리는 소폭 축소되는 기조라 국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당분간 L자 하락보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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