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2.01 07:35 | 수정 : 2023.02.01 11:29
[땅집고] 임대료 인상 갈등 끝에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이른바 ‘궁중족발사건’이 5년 만에 소환됐다. 최근 건물주가 이 사건의 발생지였던 서울 종로구 체부동 상가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땅집고 취재에 따르면 건물주 이모씨는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인 궁중족발 건물을 이달 152억원에 매물로 등록했다. 토지면적 3.3㎡(1평)당 가격이 1억원에 달하며, 그가 2015년 48억3000만원에 건물을 매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서촌 ‘궁중족발 건물’ 152억에 매물로…매수자 못찾자 호가 낮췄다
서촌 일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궁중족발이 퇴거한 후 지금까지 이씨의 건물 1층 점포가 5년여째 공실 상태다. 현재 점포 유리창에 ‘가게 앞 주차 금지’, ‘매매·임대’ 등 문구가 적힌 대형 불투명 시트지가 붙어 있다.
빌딩중개업계에 따르면 궁중족발 사태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2018년에는 이 건물 호가가 70억원었다가 이듬해 83억원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 4년여 동안 부동산 호황기가 이어지면서 땅값과 건물값이 크게 상승하자, 이씨 역시 궁중족발 건물 호가를 따라서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12월 이씨가 궁중족발 건물을 매입한 가격은 48억3000만원이다. 만약 이씨가 현재 호가인 152억원에 매수자를 찾을 경우, 이씨가 건물 투자로 얻는 시세차익은 7년여만에 100억원을 넘는다.
다만 업계에선 궁중족발 건물이 152억원에 팔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인 데다 고금리 여파까지 겹친 상황에서, 서촌 일대 이면도로 건물을 이 금액에 매수하려는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최근 몇 년 간 서촌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건물들은 지상 1~2층 규모 저층이면서 50억원 미만으로 평단가가 8000만원대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궁중족발 건물 호가는 평단가가 1억원에 달하는 데다 총 금액도 100억원대로 비싼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씨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궁중족발 건물을 167억2000만원에 내놨다가, 매수자를 찾지 못하자 이달 호가를 152억원에 하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하나 에이트빌딩중개법인 이사는 “현재 부동산 경기 침체로 빌딩 거래량도 주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혹시 모를 자금난에 건물을 팔아야 할 상황까지 대비해, 매수자를 비교적 빨리 찾을 수 있는 강남권이나 성수·연남동 등 핵심상권 건물 위주로 눈 여겨보는 추세”라며 “이런 상황에서 소규모 상권인 서촌 소재면서 매매가가 150억원에 달하는 ‘무거운’ 건물에 투자를 결정할 자산가들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했다.
■당시 궁중족발 사건 재조명…상가임대차법 개정까지 이어져
‘궁중족발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9년 해당 건물 1층에 ‘궁중족발’ 식당은 연 김모씨는 1년 단위로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63만원의 임대차계약을 맺고 영업을 시작했다. 김씨는 이 계약을 매년 갱신해가면서 식당 운영을 유지했다. 그동안 임대료는 2015년 5월 297만원으로 한 차례 올랐다.
그런데 궁중족발 건물주가 바뀌면서 갈등이 시작했다. 새 건물주인 이모씨가 2015년 건물을 48억3000만원에 인수한 뒤, 건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며 2016년 1월 김씨에게 일시적 퇴거를 요구한 것. 완공 후 이씨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200만원의 재계약 조건을 김씨에게 제시했다. 순식간에 김씨가 내야하는 보증금과 임대료가 3~4배 넘게 오른 셈이다. 7년여 동안 식당 터를 유지해온 김씨는 이에 반발해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및 퇴거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2016년 이씨가 궁중족발을 상대로 명도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같은 해 12월 ‘김씨가 이씨에게 점포를 인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김씨는 용역을 동원해 궁중족발을 점포를 비우는 강제집행 단계에 돌입했다. 용역대원들을 막기 위해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손가락 마디가 절단되고, 건물주의 횡포를 지적하는 시민단체들이 가세하면서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분노한 김씨가 2018년 6월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건물주 이씨를 향해 돌진하고, 이를 피해 도망가는 이씨를 쫓아가 망치를 휘두르는 참극까지 벌어졌다. 당시 궁중족발사건은 임대료 인상을 둘러싼 건물주와 세입자의 뿌리깊은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건으로 각인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입자의 영업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2018년 개정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정부는 임대료 급등으로 소상공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개정 법에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 ▲권리금 보호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설 등이 담겼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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