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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괴상한 정책이"…'주차 전쟁' 막는다는 정부 대책 논란

    입력 : 2023.01.27 11:12

    [땅집고] 정부가 주차대수를 충분히 확보한 신축 아파트에는 분양가를 높여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최근 대형·고가 차량의 증가와 가족차ㆍ캠핑차 등 가구당 보유 차량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내 주차 갈등이 심화하자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다.

    정부 대책은 입주 예정자들이 주차공간 정보를 미리 확인한 후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고, 분양가 가산 인센티브를 얻게 된 사업자의 추가적인 주차공간 설치를 유도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주차난 해결보다는 자동차를 사라고 부추기는 데에 그친 ‘이상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단지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일부 단지만 수혜를 보고 그 주변은 오히려 교통량이 늘어 교통체증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설익은 정책으로 문제 해결은커녕 외려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땅집고]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아파트 지하주차장./황정은 기자

    ■“신축 공동주택 주차공간 늘리면 ’최대 4%’ 분양가 올려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25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과 ‘주택품질 향상에 따른 가산비용 기준’ 개정안을 발의했다. 입주자 모집공고 때 공개되는 공동주택 성능등급에 주차공간 항목을 추가해 입주자가 주차 편의성 관련 정보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차공간 성능등급은 법정 기준보다 세대별 주차면수나 확장형 주차구획을 많이 설치할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다. 현재 법정 기준 주차면수는 세대당 1.0~1.2대고, 주차구획은 확장형(2.6mX5.2m)이 전체의 30%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주차구획의 경우 표준형(2.5 mX5.0m)에서 큰 차 비중을 높여 확장형 비중이 늘어났다.

    개정안에 따르면 세대별 주차면수는 법정 주차면수의 120~160% 이상까지 설치한 비율에 따라 2~8점, 확장형 주차구획은 총 주차구획 수의 40~60% 이상까지 1~4점을 부여한다. 각 점수를 합산한 결과가 12점이면 1등급, 9점 이상 2등급, 6점 이상 3등급, 3점 이상 4등급을 부여한다.

    이렇게 법정 기준 이상 주차공간을 설치하면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 주차공간 추가확보에 따른 성능등급은 1등급 20점, 2등급 18점, 3등급 15점, 4등급 2점 등으로 점수화돼 분양가 가산에 반영된다. 분양가는 1등급 점수를 합산한 총점 171점에서 성능등급별 점수를 더한 평가점수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가산된다.

    평가점수가 총점의 60% 이상이면 4%, 56% 이상은 3%, 53% 이상은 2%, 50% 이상은 1%를 가산한다. 다만 국토부에서는 건축비 가산이 과도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기존 가산비율인 1~4% 범위 안에서 가산 비용을 산정한다는 입장이다.

    [땅집고]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주차장에 차들이 이면주차되어 있어서 소방차가 지나갈수 없다./고운호 기자

    ■업계·전문가 “정부 대책 허점투성이…주차장 옵션화ㆍ분리분양 등 고려해야”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정책을 두고 구멍이 숭숭 뚫린 허점 투성이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서울 트리플 역세권에 있는 단지와 버스 한 대 오지 않는 교통불모지 지역에 있는 단지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결국 수혜를 보는 건 토지가격이 높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불과하고, 다른 지역은 얻는 이익도 크지 않다는 것. 또한 정부의 땜질식 처방으로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환경분담금이 언급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가격이 높은 지역은 이번 개정안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많은 지역에는 큰 실익이 없다. 어떤 단지에 어떻게 적용할지 기준이 있어야 한다”며 “단지별 주차편의성은 높일 수 있지만, 교통체증에 대한 해결책은 어디에도 없다. 토지가격이 높은 지역은 가뜩이나 심각한 교통 체증이 더욱 심각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변 주민들이 입게 된다”고 말했다.

    근원적인 해결책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서울, 수도권 역세권 지역은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 공유차량을 이용할 경우 혜택을 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주차장을 옵션화하고 분리 분양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지금은 30평형 아파트 한 채당 1.2대 주차공간이 필수인데, 주차공간을 발코니확장이나 시스템에어컨 같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주차공간을 과도하게 늘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무작정 주차공간을 늘렸다고 해서 가산점을 주는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계적인 주차공간 트렌드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주차장 문제를 빨리 직시한 세계 각국에서는 최근 주차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동차 한 대가 들어가는 주차한면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한국 기준으로 8000만원~1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미국의 경우 직장인에게 주차장 한 칸을 주는 대신 택시나 대중교통 등 선택할 수 있도록 교통 비용을 지급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한국식 상황에 맞춘 주차공간 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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