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1.25 07:45
[땅집고] “집값 바닥을 이야기 하기에는 ‘시기상조’다. 2023년은 하락의 ‘시작’ 단계에 불과해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본격화하면 10% 이상 하락도 가능하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잇따른 금리인상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가팔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연간 하락폭은 전국 4.68%, 서울은 4.7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은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폭으로 하락했고, 서울은 역대 최대 하락인 2012년(-4.75%)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아파트값 기준으로는 연간 전국이 7.56%, 수도권이 9.68%, 서울이 7.70% 떨어졌다.
땅집고는 지난 5일 ‘2023년 부동산시장 대전망’ 토론회를 열어 2023년 집값 전망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 전세시장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기원 리치고 대표,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아래 내용은 각 토론자의 답변 내용을 인터뷰로 재구성했다. 인터뷰 첫 주자는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다.
―2023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한다면.
“우리나라는 기축 통화국이 아니다. 미국 금리 인상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집값 하락 역시 미국 금리 인상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여전히 미국에서 물가가 안 잡히고 실업률이 오르고 있다. 올해도 고금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국내 집값 하락폭을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 가계 부채 리스크 등이 산재해 있다. 이러한 리스크(위험 요소)가 터지면 하락폭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리스크가 잘 관리된다면 3~5% 하락에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잠재 리스크들이 터지면 10% 이상 하락 가능성도 충분하다.
―집값 바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개인적으로 주택구입부담지수를 중요하게 본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가계 소득과 금리, 주택 가격 등 주택을 구입할 때의 상환 부담을 산정한 지수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가구 소득의 25%를 차지할 때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00이다. 지수가 높을수록 주택 구입 부담이 가중되고, 지수가 낮을수록 부담이 적다. 이 지수가 200을 넘기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대출 상환에 쓴다는 의미다.
2008년 2분기 노무현 정부 때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64.8이었다. 그야말로 미친 집값에 지수도 크게 뛰었다. 그런데 지난해 2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4였다. 그리고 3분기에 214까지 올랐다. 역대 최대 수치다. 박근혜 정부 때는 수치가 85까지 내려갔다. 지수가 204에서 85까지 떨어지려면 집값은 50~60% 하락해야 한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20~130까지 낮아지면 시장이 반등할 수 있다고 본다.
―집값이 바닥을 찍는 시점은 언제로 보나.
“2023년은 바닥을 이야기하기에는 굉장히 빠른 시기다. 지금이 하락의 ‘시작’ 단계다. 강남 3구의 올해 입주물량이 지난해의 3배다.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2만6000여가구다. 이중 강남3구 입주물량은 9691가구로 전체 37%다. 벌써부터 역전세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다음달 입주를 앞둔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만 봐도 가격을 낮춰도 집이 나가지 않고 있다. 반포자이 같은 경우도 전세 가격이 23억에서 지금 13억까지 떨어졌다. 집주인들이 10억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2021년 집값 상승기에 갭투자로 들어간 이들이 많아 올해는 역전세난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크다. 전세 계약 만기가 지금부터기 때문이다. 무리한 갭투자에 뛰어든 집주인들이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입주물량이 쏟아지면 경매물건이 늘어나면서 정말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부동산이 7년 올랐으니까 1~2년은 내리겠구나 생각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오히려 헷갈리는 상황이 됐다. 분양권 전매 제한 폐지, 1주택자 기존 주택 처분 의무 폐지는 청약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도 기대할 수 있는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정책에 균형 감각이 없었던 것 같다. 시장에서 이 대책에 대응할 수 있는 건 자산가 뿐이다. 높은 분양가격이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약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준 건 건설사를 돕는 꼴이다.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거나 취득세 감면을 보조하는 등 최대한 많은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책이 없어 아쉽다. 정책 방향이 거시적으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미시적 측면에서는 편향된 정책이었다.”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는데.
“전세 사기는 정부가 공범이다. 전세 대출 규모를 늘리지 않았다면 사기도 없었다. 시세가 3억인 주택에 전세대출 2억5000만원을 해주면 집값은 3억 5000만원으로 뛴다. 전세 대출 한도를 3억으로 높이면 집값은 4억까지 오른다. 전세 사기단이 한 지역 일대에 주택을 대거 매입한 후에 가짜 거래를 2~3개 시키면 샘플이 된다. 다세대·다가구주택, 나홀로 오피스텔은 시세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노린 거다. 그러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는 전세 사기단의 ‘허위 시세’에 맞춰 대출을 해준다. 그 대출 기준이 공시가격의 150 %나 된다.
만약 정부에서 대출 범위를 공시가격의 100%로 제한하면 사고가 나도 원금 보전이 된다.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데 허위 시세에 맞춰 대출을 해주면서, 은행 수익만 배 불려주고 사고가 터지면 기껏해야 법률지원단 만들어서 뒷처리하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애초에 전세 대출 범위를 사고가 안 나는 선에서 제한을 뒀다면 전세사기를 막을 수 있었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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