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1.23 08:20
[땅집고] “지난해 시작된 부동산 하락 패턴은 1997년 외환위기(IMF)때 나온 ‘급락형 패턴’과 유사하다. 거품이 굉장히 빠르게 빠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빠질 거품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잇따른 금리인상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땅집고 유튜브 채널에서 ‘2023년 집값 전망’에 대한 커뮤니티 설문 조사 결과, 1만1000명의 설문 참여자 중 80%가 ‘하락이 이제 시작’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13%는 보합을 예상했고, 나머지 7%만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 이어진 ‘집값 변동률’에 관한 설문 조사에서는 1만 명의 설문 참여자 가운데 7000명이 넘는 참여자가 내년 집값이 5%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설문 참여자 중 10%는 내년 집값이 현재보다 1% 내지 5%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땅집고는 지난 5일 ‘2023년 부동산시장 대전망’ 토론회를 개최해 2023년 집값 전망을 비롯해 집값 반등 시기,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 효과, 전세 사기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기원 리치고 대표,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관건은 금리”라며 “앞으로 금리 인상이 5% 중반대에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더 오를 것인지, 오르다가 내려갈 것인지 등 금리의 방향에 따라 향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시나리오는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기원 리치고 대표의 답변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일문입답.
―2023년 집값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부동산원이나 KB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보면 전년 대비4~7% 정도 하락했다. 하지만 실제 실거래가 데이터나 호가 데이터를 보면, 올 한해 주택 가격은 최소한 10%에서 많게는 30%까지 떨어졌다. 서울은 20% 정도 급락한 패턴이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까지는 하락폭이 크지 않았지만 하반기 들어오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10월, 11월, 12월은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폭락이 나타났다. 집값 폭락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버블, 임대차 3법이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이 본질적인 가치보다 과도하게 거품이 껴 있었던 상태였다.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 금리가 오르고 실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6개월~1년 정도 시차가 있다.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본격화된 게 대한민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1년 정도 이후다. 그래서 지금 ‘폭락’에 가까운 하락 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22년에도 금리를 계속 올렸다. 금리인상의 충격이 올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특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경기침체가 오지 않는다면 한 10~20% 정도 하락을 예상한다. 만약 경기침체가 발생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이 쌓여있는 가계부채나 기업부채가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20%~30% 이상의 하락도 예상할 수 있다.”
―집값 바닥 시점은 언제라고 보나.
“2022년부터 시작한 부동산 하락의 패턴은 1997년 외환위기(IMF)때 나온 ‘급락형 패턴’과 유사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완만한 하락 패턴을 보였다. 지금 거품이 굉장히 빠르게 빠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빠질 거품이 상당히 많이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지역마다 상승, 하락의 패턴이 조금씩 다르다. 지역에 따라 2024년에 바닥이 오는 지역들도 있을 것이다. 지역의 상당수는 2025년 정도에 어느 시점에 바닥을 보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패턴으로 계속 떨어지게 되면 거품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빠질 것이기 때문에 2025년 정도가 우리가 바닥이라고 논할 수도 있는 시기가 될 것이다. 관건은 금리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5% 초,중반대가 된다면 제가 얘기한 2024, 2025년에는 바닥을 논할 수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6%이상으로 넘어가는 일이 생긴다면, 하락을 논하는 시기 자체도 늦어질 것이다. 그리고 경기 침체가 오게 되면 미국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빠르게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거다. 미국은 연금 제도 자체가 주식과 많이 연동돼 있다. 금리를 올려 주가가 심하게 빠진다면 미국 주식 시장과 사회도 혼란이 커질 수 있다. 혹시 경기 침체가 발생해 금리를 낮춘다면 바닥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정부의 1·3부동산대책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발빠르게 대처를 잘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부동산 시장의 하락이 개인 뿐만 아니라 부동산 관련 기업들한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부실 문제가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시기에 분양 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없애고 중도금 대출 규제를 푸는 등 분양 규제를 대폭 완화한 정부의 대처는 적절했다고 판단한다. 급락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정부가 억지로라도 조금은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바닥 치고 다시 반등을 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시장의 방향이 상승 전환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나올 정책이 있다면.
“미분양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현재 미분양이 매월 1만 가구 이상 쌓이고 있다. 굉장히 급격하게 쌓이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6만 가구 이상 쌓이면 건설사와 자금 조달을 주관하는 증권사 등 부동산 관련 기업들한테 상당한 부담이 될 수가 있다. 역사적으로 항상 나왔던 정책들이 미분양 주택을 취득하게 될 경우에 한시적으로 1주택자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도 미분양 주택 취득 시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정책들이다. 빠르면 올해에도 그런 정책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 3분기에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 폐지 정책이 나왔다. 과거 이 정책으로 미분양이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다시 미분양이 증가했다가 또 미분양이 서서히 빠지는 패턴들이 나타났다. 금리 인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올해부터다. 주택, 빌딩 등 부동산 가치는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까지 부실화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전반적인 큰 그림을 정부에서 잘 살펴서 선제적으로 부양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사기 대책 어떻게 보나.
“전체 사기는 빌라를 통해 이루어진 경우가 대다수다.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전 재산과 다름없는 사기를 친거다. 빌라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공신력 있는 시세 기준이 없다. 그게 문제가 돼 사기를 당하게 된다. 빌라에 대한 시세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제도적으로 잘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 관련해서 공인중개사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빌라를 주로 다루는 공인중개사분들의 참여도 제도적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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