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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위험선?…국토부도 모른다는 '공포의 6.2만가구' 실체

    입력 : 2023.01.20 07:24 | 수정 : 2023.01.20 08:06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으로 사들인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 단지 외벽에 할인 분양 현수막이 걸려 있다. LH는 총 64채 매입에 180억여 원을 투입했다./뉴스1

    [땅집고]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라’고 주문한 이후,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미분양 주택 36가구를 사들인데 이어서 추가 매입을 검토 중이다. 이에 ‘국민 혈세로 건설사 구하기’라는 비판이 불거졌지만, 정부는 ‘위험선’으로 제시한 미분양 주택 6만2000가구를 넘었다며 매입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위험선으로 제시한 ‘6만2000가구’ 실체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이 기준이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모른다는 비판이 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역대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았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이었다. 그해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16만5000가구에 달했다. 6만2000가구는 그 때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분양 주택 매입 명분으로 공포감을 일부러 키우는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DB

    ■미분양 6만 가구 초과…정부, ‘준공 후 미분양’ 매입 검토
    현재 전국에 쌓인 미분양 주택은 6만 가구가 훌쩍 넘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작년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72가구다. 10월(4만7217가구) 대비 한달 사이에 1만810가구(22.9%)가 늘었고,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다. 지금과 같은 증가 추세라면 12월에 이미 미분양 물량이 6만2000가구를 넘어 7만 가구까지 도달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기존 매입임대사업을 확대해 민간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매입임대사업은 LH가 도심 내 신축 또는 기존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해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취약계층 등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이 방식으로 현재 7000여 가구 수준의 ‘준공 후 미분양’ 중 일부를 매입할 계획이다.

    [땅집고]2017년 1 월6일 오후 경북 포항시 흥해읍 초곡지구에 건설중인 아파트 인근에 특별분양 광고 플래카드가 여러군데 걸려있다./김종호 기자

    ■위험선 근거, 국토부도 몰라…“악성 미분양 12% 불과” 지적도

    업계에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미분양 주택 매입의 근거로 내세운 위험선 ‘6만2000가구’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땅집고 취재를 종합하면 업계에서는 미분양 주택 6~7만 가구 정도는 통상적인 수준으로 본다. ‘위험선 근거가 뭐냐’는 질문에 국토부 조차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국토부가 정확한 데이터로 위험선을 잡았다기보다는 건설사 등 업계 의견을 종합해 대략적인 수치를 제시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더구나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아직 7000가구 수준에 불과해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미분양 아파트 5만8027가구 중 5만1016가구는 1·2순위 청약 미달로 입주자를 다 못 채운 경우에 해당한다. 대부분 선분양 형태로, 준공 전까지만 팔면 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금 압박이 크지 않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011가구 수준이다. 전체 미분양 물량 중 12%에 불과해 비중이 크지 않다. 특히 증가세가 가파른 일반 미분양과 달리 ‘준공 후 미분양’은 작년 한 해 내내 7000가구 수준을 웃돌았기 때문에 이 논리도 설득력이 없다. 또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88%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있어 임대주택으로서의 활용도가 많이 떨어진다.

    ■“정부가 과도하게 위기감 조성”…매입 기준부터 세워야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건설사를 살리려고 혈세를 쏟아붓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주택 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거래 자체가 뜸하기 때문에 미분양 주택이 쌓일 수밖에 없다”며 “대구 등 일부 지역은 심각하지만, 수도권은 일시적 위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절대적인 양으로 보면 아직 미분양이 많지 않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인데, 아직 7000가구 수준이다. 정부가 과도하게 위기감을 조성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사례도 있긴 하다. HUG가 미분양이 가장 극심했던 2008년 분양가의 50~60% 수준으로 샀다가 나중에 건설사가 다시 사도록 하는 ‘환매조건부 주택매입’제도를 도입했던 것. 정부가 미리 나서서 악성 재고를 혈세로 사들이는 건 건설사 배불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미분양 현황 등을 종합했을 때 현 시점에서는 국민들의 혈세를 건설사를 위해 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분양가에서 몇 프로 등 상세 지침도 없이 무작위로 주택을 매입할 경우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기준선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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