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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 통계를 어떻게 믿어"…'미분양 신고 의무화' 서울시 요청 묵살한 국토부

    입력 : 2023.01.19 09:42 | 수정 : 2023.01.19 10:10

    [땅집고] 악성 미분양 아파트로 꼽혔던 서울 강북구 수유동 소재 '칸타빌 수유팰리스' 단지 외벽에 할인 분양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미분양 신고’를 의무화하자는 서울시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을 우려한 서울시가 정확한 시장 파악을 위해 주택 분양 사업장마다 미분양 발생 여부와 가구수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9일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상 미분양 주택이 증가 가능성이 높아 미분양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국토부에 미분양 신고제 도입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미분양 신고 의무제는 건설사에게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미분양 신고제를 도입할 경우 주택 분양업체가 소비자에게 잔여 가구 수를 거짓으로 알려주면서 분양 계약을 유도하는 속칭 ‘깜깜이 분양’을 방지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같은 서울시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땅집고] 서울시가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운영 중인 민간 미분양 주택 통계.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서울시는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홈페이지를 통해 매달 민간 미분양 주택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계약 마감일 이후에도 미분양이 발생한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등 개별 주택 사업장에 대한 ▲주소 ▲시공사·시행사 ▲주택형별 미분양 물량 ▲전월 대비 미분양 가구수 변화 등 항목을 정리한 자료다.

    그런데 관련 법규상 각 주택 사업장이 미분양 발생 여부를 신고할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자진 신고하는 일부 단지의 미분양 가구수만 취합하는 데 그쳐, 실제 미분양 물량은 공식 통계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많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주택업체 자진 신고에만 의존하는 탓에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사업장이 관할 구청에 미분양 발생을 자진 신고하면, 구청이 무순위청약 각 회차가 끝날 때마다 유선상으로 잔여 가구 수를 일일이 조사해 서울시에 전달하고, 서울시가 집계하는 식으로 자료가 만들어지고 있다. 만약 초기 자료를 제공하는 사업장이 미분양 가구수를 거짓으로 제공하면, 전체 통계에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땅집고] 미분양 주택 추이. /연합뉴스

    업계에선 국토부가 시행사와 건설사 반발을 고려해 미분양 신고제 도입에 부정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저조한 분양 성적이 공식 통계로 집계될 경우 이른바 낙인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행 법상 정부가 분양 현황을 ‘영업 비밀’로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로, 공개될 경우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분양현황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분양 신고를 의무화해 통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분양 현황은 아파트 분양시장과 부동산 경기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지표다. 정부는 미분양 통계를 토대로 주택 공급 방향과 세금·대출 규제 등의 부동산 정책을 마련한다. 따라서 미분양 통계가 누락되거나 축소될 경우 시장은 왜곡되고, 결과적으로 심각한 정책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건설업계 반대는 이해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미분양 신고제를 도입해 정확한 통계를 확보해야 앞으로 부동산 정책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과거 부동산 하락기에도 16만가구 이상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60~70% 가격에도 매입했는데, 이런 정책을 마련할 때도 정확한 미분양 통계가 있어야 충분한 예산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통계와 관련해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미분양 사업장에 자료 제출을 권장하거나 독려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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