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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도 당연히 공개 안합니다"…계약률 의무 공개 논란

    입력 : 2023.01.17 19:22 | 수정 : 2023.01.18 07:51

    [땅집고] 이달 17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가 정당계약을 마쳤으나, 조합이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땅집고] “둔촌주공 계약률이요? 조합은 원래부터 공개할 생각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 안좋은데 계약률을 드러내는 건 아무래도 곤란하겠죠. 공개가 의무도 아니고요.”

    이달 3일부터 2주 동안 진행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정당계약이 17일 종료됐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된 상황이어서 분양 경쟁률 못지않게 계약률 역시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정작 둔촌주공 조합은 정당계약이 끝난 이날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3월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청약을 진행할 때나 계약률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역 공인중개사들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선호도가 높은 59·84㎡ 중소형의 경우 계약률이 70% 이상이며, 1~1.5룸짜리 소형주택은 50%를 밑돈다는 말이 돌고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에 계약률 공개 문제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요자들에겐 새아파트 계약률이 현재 분양시장을 판단하고 주택을 분양받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쓰이는데, 현재 민간아파트 단지에 계약률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정보 비대칭성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계약률은 영업비밀?”…정보 비대칭성 피해자는 누구?

    [땅집고] 현재 민간 아파트 사업장이 분양 계약률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연합뉴스

    현행법상 민간 아파트 사업장에는 분양 계약률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에 따라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정당계약 기간에 나온 초기계약률을 비롯해, 예비당첨자 계약이나 무순위청약을 진행하며 쌓은 계약률 모두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않다.

    2014년 10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매년 분기마다 분양을 시작한 지 3~6개월 된 사업장을 조사해 초기계약률 통계를 공개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자료가 광역지자체(시·도) 단위에 그친다. 건설업계의 영업비밀과 반발을 고려해 계약률을 사업장별이 아닌 시·도 단위로 한정해서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특정 아파트 단지가 계약률을 공개하는 것은 보통 ‘완판’에 가까울 때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식적으로 협의해서 발표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인중개사 등 업계 관계자를 통해 알음알음 퍼지거나 홍보 직원들 주장에 의존하는 식이다”고 했다.

    특히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선 계약률이 저조해 조합이나 시행사마다 정보 공개를 꺼릴 수 밖에 없다. 낮은 계약률을 공표할 경우 ‘미분양 단지’라는 낙인이 찍혀, 수요자들의 분양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들 역시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되고, 다른 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계약률 공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깜깜이 분양’ 불보듯…계약률 공개해야

    [땅집고] 지난해 6월 대구시 '만촌자이르네' 분양관계자가 계약률을 부풀려 피해 본 소비자가 발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정보 비대칭성으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 곳곳 아파트 단지마다 미계약·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수분양자들에게 계약률을 속여 주택을 판매하는 ‘깜깜이 분양’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 이에 민간아파트 계약률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대구시에 분양한 ‘만촌자이르네’에서 문제가 터졌다. 이 아파트에 청약 당첨된 A씨가 모델하우스에서 ‘현재 계약률이 30%며 로얄층은 얼마 안남았다’는 말을 듣고 분양 계약을 결정했는데, 실제 계약률이 16%로 낮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이에 계약 취소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A씨가 홧김에 모델하우스에 전시 중이던 아파트 모형 일부를 파손하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서울에 분양한 ‘장위레디언트자이’ 역시 일부 조합원이나 홍보요원들이 ‘계약률이 90%에 달한다’는 소문을 내면서 수요자들의 심리를 흔들었지만, 실제 계약률은 59%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땅집고] 업계에선 앞으로 소비자들이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택 상품 계약률을 알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장에선 앞으로 계약률 미공개에 따른 폐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이달 3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을 비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다. 비규제지역이 되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아닌 자체 사이트에서 무순위청약을 진행할 수 있어, 계약률이나 잔여 가구 수를 공개할 의무가 사라진다. 수요자들이 수억원 상당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분양상담사 등 아파트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건설업계 관행상 오랜 기간 비공개였던 계약률이 투명하게 공개될 경우 소비자들이 시장 상황을 진단해 분양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계약률 공개에 대한 조합과 시행사, 건설사 등 관계자들 반대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정부가 섣불리 의무화 카드를 꺼내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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