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1.12 14:23
[땅집고] “동네 부동산 갔더니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더라구요. 요즘 시장 상황이 안좋다보니 아파트 거래가 잘 안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렇게 부업까지 해야 먹고 살 지경인가 봅니다. 붕어빵 파는 공인중개사니까, 그야말로 ‘공인붕개사’네요.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인붕개사’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을 보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사무실 출입구 바로 옆에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붕어빵 가격은 3개에 2000원. 겨울 바람에 고객들이 추위에 떨 것을 걱정해, 붕어빵 광고 문구를 적어둔 캐노피에 비닐까지 덧대놨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유행하는, 매장 한 곳에서 두 가지 이상 업종을 운영하는 일종의 ‘숍인숍’(shop in shop)인 셈이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나도 붕어빵을 파는 부동산을 본 적이 있다’며 댓글을 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또 다른 사진을 보면,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역시 출입문에 ‘붕어빵 판매’라고 커다랗게 적어둔 홍보 스티커를 붙여뒀다. 그 옆에는 붕어빵 판매 시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는 오후 4~8시,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네티즌들은 붕어빵을 파는 공인중개사들에 재치있는 별명도 붙여줬다. 바로 ‘공인붕개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인중개사들이 다양한 부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붕어빵과 함께 겨울철 간식으로 꼽히는 핫도그를 비롯해, 로또와 스피또 등 복권 판매에 나선 곳도 적지 않았다. 대체로 이런 겸업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색다르고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감상이 줄을 잇는 분위기다.
그런데 당사자인 공인중개사들에겐 지금이 고통의 시간이다. 중개업소마다 부업을 시작한 건 그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중개행위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고 고금리 여파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매매거래가 뚝 끊겼다. 특히 각종 규제를 받았던 서울의 거래절벽이 유독 심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20년 8만1142건 ▲2021년 4만1949건 ▲2022년 1만1702건 등으로 수직 하락중이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단 557건만 거래돼,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거래 절벽’을 넘어 ‘거래 소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다보니 중개거래에 따른 수수료로 먹고 살던 공인중개사들이 생계 곤란을 겪게 됐다. 서울 소재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약 2만7500곳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 달 동안 중개거래를 성사시켜 수입을 얻은 공인중개사가 지난해 10월 기준 50명 중 단 1명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 문을 닫는 중개업소도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가장 최근 집계한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새로 개업한 중개업소는 853곳인 반면 폐업은 1103건으로 더 많았다. 폐업 건수에서 개업 건수를 뺀 차이는 ▲9월 56건 ▲10월 151건 ▲11월 250건으로 매달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공인붕개사’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부동산 사장님들이 생계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붕어빵 판매까지 나섰을까. 지금 경기가 좋지 않아 다들 힘든 상황인데 마음이 아프다”, “안타깝긴 하지만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월세 내는 사무실을 방치하면 뭘 하나. 망하는 것 보다 낫다”, “나름 틈새시장인데, 커피 등 테이크아웃 음료도 같이 팔면 생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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