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1.12 07:22 | 수정 : 2023.01.12 12:54
[땅집고]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건설사의 악성 재고 해소에 왜 국민 혈세를 투입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비자로부터 분양가격이 비싸 외면당한 신규 아파트를 국가 예산으로 사주는 것이 적절하냐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재정 부담이 크고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던 발언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재정 부담이 크고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던 발언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토부 새해 업무보고 과정에서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 계층에게 다시 임대해 주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 제도를 확대하기로 하고 미분양 주택 매입 범위와 규모 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주택 매입에 나선 이유는 미분양 재고가 위험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분양 적정 물량를 최대 6만2000가구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5만8027가구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한 달에 1만 가구씩 늘어나는 속도를 감안하면 이미 6만 가구 후반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준공 후 미분양이 쌓이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설사 부도 위험이 높아진다.
정부가 검토 중인 LH 매입임대 제도는 기존 주택을 매입해 개·보수한 뒤 주거 여건이 취약한 계층에 임대하는 주거지원사업이다. 주로 다세대·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이 대상이다.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된다.
LH는 악성 재고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임대주택은 대표적 적자 사업이라는 것.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단가와 매입 가격 차이가 커 LH로서는 큰 부담이다. LH 매입임대 주택 구입비용은 정부 지원금 45%, 주택도시기금(융자금) 50%, 입주자 임대보증금 5%로 이뤄진다.
LH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매입임대주택 공급 목표는 3만5000가구다. 관련 예산은 6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가구당 약 1억7000만원이 지원된다. LH가 평균적으로 매입에 사용한 비용은 3억원으로 정부 지원 단가와 가격 차이가 크다.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7110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이를 다 사들일 경우 조(兆) 단위 부채가 쌓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악성 재고를 정부가 매입하는 정책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LH는 정부가 지정한 채무위험기관이다. 오는 2026년까지 부채비율을 221%에서 207%까지 감축해야 하지만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재무 구조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도 최근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공공임대주택을 굉장한 선(善)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공급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상당한 재정부담을 안게 된다”며 “결국 납세자에게 부담이 돼 경기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살리기에 나선 것도 모자라 공적 자금으로 미분양 주택까지 사들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미분양 우려가 나온 둔촌주공이 1·3 대책의 최대 수혜주가 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건설사가 비싼 분양가를 내리면 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건설사들이 아직 분양가를 내리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먼저 나서서 미분양을 해결해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최근 미분양이 늘어나는 이유는 분양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분양가를 낮추면 수요가 생길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좋은 입지인데 미분양이 생겨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건설회사 이익을 제외한 원가 수준에서 매입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대신 분양가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 원가에 근접한 금액에 매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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