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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대책도 안 먹혔다…고금리·고분양가에 처참한 성적표

    입력 : 2023.01.11 11:54 | 수정 : 2023.01.11 13:08

    [땅집고] 경기 안양시 호계동의 ‘평촌센텀퍼스트’가 9일 실시한 특별공급 분양에서 대량의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특별공급 물량 627가구 모집에 83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13대 1에 그친 것이다.

    32가구를 모집한 노부모 부양 전형에서는 단 한 건의 신청자도 나오지 않았다. 작년 12월 전국 청약 경쟁률이 1.9대1 인 점과 비교하면 특별공급을 감안해도 청약 성적이 참담한 수준이다. 다음 날 진행된 1순위 청약 결과도 평균 경쟁률은 0.22대1에 그쳐 완패했다. 이 단지는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발표된 3일 이후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분양하는 단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땅집고] 경기 안양동안구 호계동에 분양한 '평촌센텀퍼스트' 아파트 공사 현장. 이 단지는 후분양으로 공급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강태민 기자

    ‘평촌센텀퍼스트’의 경우 후분양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 전용 59㎡ 분양가가 7억4400만원~8억300만원, 84㎡가 10억1300만원~10억7200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1억원 가량 높다. 한 예비 청약자는 “주변 시세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살 용기를 가진 실수요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1·3규제 완화 이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만 남기고 전 지역이 분양가 상한제와 규제 지역에서 풀리면서 치솟은 원자재값, 인건비 등이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된 데다, 새해에도 미국발 금리 상승 랠리가 끝나지 않아 대출 규제는 더 강화됐다.

    ■시세 떨어지는데, 분양가 올라…‘무더기 미분양’ 확산 우려

    수도권의 경우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해제됐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공급을 꺼려했던 대못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건설 시행사는 건축비 인상분을 자유롭게 분양가에 반영시킬 수 있게 됐다.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인건비 변동 등 건설 부문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2년 새 2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레미콘과 건설업계는 올해 수도권 레미콘 가격을 현재 ㎥당 8만300원에서 8만8700원으로 10.4% 인상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전기요금까지 뛰면서 이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낮아지더라도 규제가 없기 때문에 분양가는 높은 수준에 책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가 규제를 대폭 완화해도 고분양가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청약 시장 수요가 얼어붙어버리면 건설사들도 자금 경색 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청약시장 수요는 규제 완화에 관계없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현금 여유가 있는 수요자 외에는 대출을 받아 아파트 분양 대금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정부가 이와 관련한 규제를 대거 해제했음에도 고금리 탓에 대출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정부는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12억원 이하만 가능한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 기준을 폐지하고, 1인당 5억원으로 제한한 인당 중도금 대출 한도도 완화하는 등 대출 규제를 대거 해제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가 현재로선 전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상승률을 2%대로 끌어내리기 위해 올해 금리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재차 밝혔다.

    금리 인상 기조에 대응해 정책 상품도 내놓았지만 정책 상품 치고는 금리가 너무 높아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우려가 짙다. 이달 30일 출시되는 고정금리 정책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에 관계없이 5억원까지 4%대 고정금리로 누구나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특례보금자리론의 4~5%대 고정금리가 실수요자들이 감당하긴 높다고 지적했다.

    ■대대적인 규제완화책도 ‘고분양가’ 앞에서 맥 못 춰

    이에 무주택 수요자들에겐 낮은 분양가에 낮은 고정금리, 높은 대출 한도를 적용해주는 ‘공공분양’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공공분양은 사전청약이기 때문에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하고, 당장 입주가 불가능한 점, 사업 지연, 본청약 때 가격 폭등 등이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땅집고]정부가 청년과 무주택 서민을 위해 공급하기로 한 50만가구 공공주택 유형. / 자료: 국토교통부, 그래픽=김리영 기자

    [땅집고] 공공분양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 / 국토교통부

    정부가 내달 공급하기로 한 3기 신도시 등 공공분양 ‘뉴홈’은 일단 사전청약으로 진행된다. 민간 분양과 비교하면 청약 조건은 우수한 편이다. 사전청약 공급 가격은 무조건 시세의 70% 이하 가격에 책정한다. 현재 추정분양가는 59㎡를 기준으로 3억원대 정도다. 주변 시세보다도 수억원 저렴하고, 최근 수도권에 분양하는 아파트 평균 분양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금리도 최소 1~3%대 고정금리에, 40년 만기로 시세의 70~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시장경제 원리를 누르는 강도 높은 규제가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금리인상 여파에 규제완화가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어서 더 세심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미분양 가구 수가 마지노선인 6만을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건설사가 공급 계획을 취소하거나 도산하면서 향후 전반적인 공급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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