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31 07:03 | 수정 : 2023.01.01 16:40
[땅집고] “서울 강남구 일원2동이 앞으로는 ‘개포3동’ 된다네요. 동네 이름을 집값이 더 비싼 지역명으로 바꾼 것 아닐까요?”
서울 강남구청은 최근 일원2동의 행정동 명칭을 개포3동으로 변경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일원2동이 관내 거주민 대상으로 2022년 9월 명칭 변경 찬반 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7300가구 중 참여 가구의 89.3%(4357가구)가 변경에 찬성했다는 것.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일원동보다 개포동 아파트 가격이 더 비싼 점을 노리고 주민들이 행정동 명칭 변경에 찬성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KB부동산 시세 기준으로 일원동 아파트 매매시세는 평당 6402만원인데, 개포동은 7365만원으로 15% 정도 높다.
19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개포동은 서울 강남구인데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동네였다. 핵심 업무지구와 다소 먼데다 지형적으로도 명당으로 꼽히는 ‘배산임수’의 정반대인 ‘배수임산’(북쪽에 양재천, 남쪽에 대모산·구룡산이 막고 있는 형태) 지세여서 거주지로서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 이 때문에 개포동은 ‘개도 포기한 동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개포동이 4만여가구 규모 새 아파트촌으로 환골탈태하면서다. 서울 부유층 주거 수요가 몰리면서 별칭도 ‘개도 포르쉐 타는 동네’로 바뀌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아파트 매매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지만, 2021년 7월 입주한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전용 84㎡ 기준으로 2022년 1월 20억8273만원, 2019년 8월 입주한 ‘디에이치아너힐즈’는 같은 주택형이 2022년 11월 25억원에 각각 실거래됐을 정도로 집값이 비싸다.
다만 강남구청은 이번 명칭 변경에 대해 ‘일원2동의 법정동과 행정동이 일치하지 않아서 행정동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차이가 뭘까.
법정동이란 말 그대로 법(法)으로 정(定)한 동(洞)이라는 뜻이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을 시행하면서 예전부터 쓰던 고유 지명을 법정동 명칭으로 정해, 현재의 법정동 체계가 완비됐다. 신분증, 신용카드, 부동산 관련 문서 등 공부상 주소에 적혀있는 동이 바로 법정동이다. 명칭 변동이 거의 없다.
행정동은 행정 편의와 효율성을 위해 법정동과는 별개로 설정한 구역이다. 주민 수 증감에 따라 수시로 설치, 폐지될 수도 있다. 한 행정동 당 주민센터 1개를 설치해, 공부 보관·민원발급·주민관리 등 각종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 인구가 많은 법정동이라면 한 법정동에 행정동이 여러 개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인구가 적으면 법정동 여러 개를 하나의 행정동으로 묶을 수도 있다.
일원2동의 경우 개포동·일원동·대치동 등 3개의 법정동이 속해 있었다. 그런데 일원2동 전체 7443가구 중 66.1%인 4923가구가 개포동 지번을 썼다. 즉 과반수 가구의 법정동과 행정동이 불일치했던 셈이다. 이런 경우 생활 불편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전출입신고를 비롯한 주민등록 업무는 행정동 주민센터를 찾아가면 되지만, 등기부등본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보려면 법정동 주소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일원2동 행정동 명칭이 개포3동으로 바뀌더라도, 지번 주소로 사용하는 법정동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주민등록증, 등기부등본 등 각종 공부를 변경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은 없다"며 "앞으로도 주민 숙원을 경청하고 해결하는 소통 행정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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