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30 11:44 | 수정 : 2022.12.30 17:26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2023년 미국 부동산 시장…“거래는 줄고 가격 내린다”
[땅집고] 얼마 전 지인이 고민을 털어놨다. 올해 여름 주택 개발회사와 계약한 집이 2023년 초 완공하는데, 이 집을 계약한 대로 사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 집값은 하락 추세인데,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월 대출 이자가 2배 올랐다. 계약금은 벌써 주택 가격의 5%를 넣어놨다. 계약을 포기하면 몇만 달러를 그냥 날리게 된다. 최근 자재 수급 상황이 좋아지고, 신규 착공이 줄면서 건설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맘이 더 조급한 이유다.
이 고민에 답하려면, 먼저 2023년 미국 주택·부동산 시장을 내다봐야 한다. 전문가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2023년 주택 시장 전망은 우울하다. 거래는 줄고, 집값은 떨어진다. 문제는 하락 폭인데, 이는 기관마다 다르다. 핵심은 이자율. 모두 연방준비은행(Fed)의 손에 달린 것이다. 그럼 얼마나 나쁠지 둘러보자.
■ 2023년 주택 거래 16% ↓…가격 하락 폭 4~20% 예상
우선 눈에 띄는 전망은 주택 거래량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National Association of Realtors)에 따르면 올10월에 기존 주택 판매는 9개월 연속 하락했다. 2023년도 하락세가 이어져 금융위기 영향을 받던 2011년 이후 가장 낮을 것이란 전망이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회사인 레드핀(Redfin)은 2023년 기존 주택 판매가 430만가구로 2022년보다 16%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데믹 주택 구입 붐이 일었던 2021년보다 30%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택 회전율은 198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레드핀은 2023년에 1000가구 중 32가구만 집을 팔 것이라고 예상했다. 3.2%의 주택 회전율이다. 신규 주택 판매도 50만가구로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락 폭을 줄일 수 있는 희망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안정이다. 연준이 기준 금리 인상을 멈춰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하면, 기존 주택판매가 약 450만 채로 전년 대비 12% 감소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돼 이자율이 떨어지지 않으면, 주택 거래는 27%까지도 줄 수 있다.
거래가 줄면 가격도 내린다. 코메리카은행은 2023년 평균 주택가격이 5%대 하락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기술 산업 조정으로 IT 회사들이 밀집한 서부 해안가 집값 하락 폭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블랙나이트(Black Knight)의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미국 전 지역 주택 가격은 2022년 정점 대비 하락했다. 특히 서부 해안 지역인 샌프란시스코(-13.1%), 산호세(-13.1%), 시애틀(-11.9%), 샌디에이고(-9.5%)의 하락 폭이 컸다.
레드핀은 2023년 주택 판매 중간가격이 약 36만8000달러 수준을 기록해 전년 대비 4%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1분기 약 2% 하락으로 시작해,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5%대 하락을 전망했다. 더 큰 하락폭을 예상하는 곳도 많다. 투자회사인 일드스트리트(Yieldstreet)는 피닉스, 라스베이거스, 보이시 등 팬더믹 이후 주택 가격이 30~40% 폭등한 지역은 20%가량 가격이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PMG와 존번스에스테이트컨설팅(John Burns Estate Consulting)은 만약 2023년 모기지 이자율이 6% 이상을 유지한다면, 주택 가격이 20%까지도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갈수록 늘어가는 주거비, 임금 오름 폭보다 커
주택 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은 ‘어포더빌러티’(Affordability)다. 즉, 소득에서 차지하는 주거비 비중이 커지는 문제다. 2019년 이후 팬더믹으로 인한 주택 가격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인상으로 월 대출 상환액은 거의 두 배나 늘었다.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가구당 수입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용 비중은 지난 1월 27%, 3월 30%, 10월 37%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레드핀은 2023년 주택 구매자의 대출 월 상환액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보다 63%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기간 임금은 27% 오르는 데 그칠 전망이다. 주택이나 아파트를 임대하는 집주인에게도 위기다. 질로우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평균 시간당 임금은 23% 올랐는데, 임대료는 같은 기간 37% 올랐다. 이자율은 2023년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레드핀은 2023년 말에는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5.8%까지 떨어지고, 2023년 평균 금리는 6.1%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팬더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 “2023년 주택압류와 같은 최악의 상황 없을 것”
2023년 주목해야 할 주택 시장으로는 중서부 지역이 꼽혔다. 팬더믹 기간에 오름 폭이 크지 않아 안정적인 집값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타지역에 비해 수입 대비 모기지 지출 비율이 낮고, 주거 임대료도 안정적인 수준이어서 다운페이먼트(down payment)를 저축하기가 더 쉽다는 장점이 있다. 질로우는 중서부 지역은 재고 주택도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고, 신규 리스팅 감소도 눈에 띄지 않아 2023년 건강한 주택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드핀도 중서부 지역과 함께 팬데믹 기간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동부 대도시권을 주목할 주택 시장으로 꼽았다.
항상 주택 시장 침체의 끝판왕은 포클로저(Forclosure), 즉 은행의 주택압류였다. 경기 침체기 후에는 어느 때나 포클로저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2023년에는 이런 새드엔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전히 주택 소유주들의 대출 대비 자기 지분 비율이 높고, 일자리 시장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두 최악의 상황을 전망하지 않는 이유다. 주택 시장의 안정적인 조정과 하반기 회복세, 모두가 바라는 2023년 모습이다. /글=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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