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29 14:12 | 수정 : 2022.12.29 16:11
[땅집고] 전국적으로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급증하면서 시행사들이 분양을 철회하거나 할인분양에 나서는 등 미분양을 털어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집값이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 속에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청약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올해 9월 대구 서구 내당동에 분양한 ‘두류 스타힐스’. 이 단지 시공사 서희건설은 최근 분양가의 10%를 할인해 재분양하고 있다. 전체 가구는 84㎡로, 분양가가 6억8000만원인데, 여기서 약 6800만원을 깎아주는 셈이다. 기존 1·2순위 청약에선 총 195가구를 모집했는데 64명이 청약하는 데 그쳐 미분양 가구가 대거 발생했다.
서희건설은 또한 지난 7월 인천 미추홀구에 분양한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 기존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주고 분양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단지는 1순위 청약 당시 73가구 모집에 249명이 신청해 3.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특별공급 물량까지 포함해 104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남았다. 서희건설은 이미 계약을 마친 수분양자들에게는 계약금의 1.5배 위약금을 돌려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미분양 공포, 수도권으로 확산…7000가구 주인 못찾아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기준 경기도 미분양 아파트는 5080가구, 인천은 1666가구, 서울은 866가구로 집계됐다. 서울은 3월부터 미분양 가구가 180가구로 폭증하더니 하반기 들어 8월 610가구, 9월 719가구, 10월 866가구로 늘었다. 인천과 경기권도 하반기부터 미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4만721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075가구보다 3.6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서울의 미분양 가구는 마포구가 245가구로 가장 많았고, 강북구가 228가구, 성북구가 193가구로 뒤를 이었다. 마포구는 지난 5월 공급된 마포구 노고산동의 도시형생활주택 ‘빌리브 디 에이블’가 256가구 중 245가구가 7개월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강북구 ‘칸타빌 수유 팰리스’는 지난 2월 최초 분양 이후 9회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미분양분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5000가구 넘게 미분양이 발생했다. 안성시가 1357가구로 가장 많았고, 평택이 742가구, 양주시가 729가구, 의왕시가 499가구였다. 지난 9월 의왕시에 분양한 ‘인덕원 자이 sk뷰’는 시공사인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청약에 앞서 ‘벤츠 A220 MY22’ 모델을 경품으로 내걸었지만 물량의 60% 가량인 508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인천에서는 최근 2개월 간 분양된 아파트 7곳 모두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7개 단지, 총 2616가구 모집에 1178명이 신청해 전체 신청률이 45%에 불과했다. 개별단지별로 살펴보면 지난 19일 청약한 ‘영종 오션파크 모아엘가 그랑데’는 558가구 모집에 단 86명만 신청해 47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날 분양한 남동구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 역시 400명 모집에 270명만 신청했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에서 분양한 20개 단지 중 ▲파주 운정신도시 A2BL 호반써밋 ▲군산 신역세권 예다음 ▲힐스테이트 천안역 스카이움 등 10곳은 입주자를 채우는 데 실패했다. 전남 함평군 ‘함평 엘리체 시그니처’(232가구)와 제주 서귀포시 ‘빌라드아르떼 제주’(36가구)는 1순위 청약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 “괜히 비싸게 분양 받을라”…청약 한파 당분간 이어질 듯
미분양 우려에 건설사들이 이미 진행한 분양을 취소하거나 할인분양, 선착순 분양에 나서는 일도 다반사다.
이달 전남 광양 마동에 분양한 ‘더샵 광양라크포엠’ 시행사는 계약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입주자 모집 취소와 분양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 단지는 올해 10월 본청약에서 898가구 모집에 530명만 신청해 미분양이 많았다. 이후 미계약까지 다수 발생하자 분양을 전면 취소하고 분양을 미루기로 한 것이다. 강북구 ‘칸타빌 수유 팰리스’는 현재 시행사가 최초 분양가보다 15% 할인한 금액에 관리비도 내신 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물론 아직 미계약 물량은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 8월 입주자를 모집한 경기 파주시 주거용 오피스텔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넉 달 가까이 미계약분이 남아 있자 애초보다 2억5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최근에는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청약에 당첨이 되어도 중도 포기하거나, 살던 집이 안팔려 자금 마련을 못해 계약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청약시장에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어 미분양·미계약 추세가 지속할 전망”이라며 “분양가가 인근 새 아파트의 거품이 끼기 전인 2019년 가격보다 낮거나 비슷한 경우 자금 마련 계획이 있는 수요자는 청약에 나서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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