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28 07:44
[땅집고] “경북 영주시에선 아파트 가격이 34평 기준으로 3억원을 넘으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해요. 그런데 요즘 3억원을 돌파한 신고가 거래가 하나둘 나오고 있으니…”
올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전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다. 특히 금리가 치솟은 하반기 들어 이른바 ‘폭락 거래’가 속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 주목을 끈다. 경북 영주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6월 첫째 주부터 지금까지 영주시 아파트 가격이 2.93% 상승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강원 동해시가 0.95% 오르면서 상승률 1%대를 못 넘긴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집값 상승세는 전국에서 영주시가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 영주시, 아파트 거래량 줄었지만 가격은 신고가 행진
고금리 여파로 전국 아파트 거래가 뚝 끊긴 상황인 만큼, 영주시 역시 올해 매매거래량이 많지는 않다. 지난해 1038건에서 올해 642건으로 39% 감소했다. 하지만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이뤄지는 실거래가 전고점 대비 수억원 하락한 ‘폭락 거래’인 것과 달리, 영주시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최근 집값이 오르고 있는 영주시 아파트 단지들의 공통점이 보인다. 대부분 영주시 일대에서 손꼽히는 신축 혹은 준신축 아파트가 몰려있고, KTX 영주역 접근성이 좋은 가흥동 입지였다.
2016년 가흥동에 입주한 총 277가구 규모 ‘코아루노블’. 이 아파트 84㎡가 지난해 11월 2억9000만원대에 총 3건 거래됐는데, 올해 11월에는 3억5500만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1년 입주한 인근 ‘영주세영리첼’도 마찬가지다. 같은 주택형이 지난해 10월 2억4800만원에서 올해 7월 3억원으로 오르면서 집값이 처음으로 3억원대를 돌파하더니, 11월에는 3억4000만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가흥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영주시에서 전용 84㎡ 아파트 가격이 3억원을 넘으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데, 일부 단지에서 3억원을 돌파한 최고가 거래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 견인…새아파트 고분양가에 ‘키맞추기’ 경향도
이유가 뭘까. 부동산 전문가들과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그동안 영주시에 새아파트 공급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2010년까지만 해도 아파트가 적정 수요 수준으로 꾸준히 입주했는데, 그 후부터 공급이 뚝 끊긴 것. 이 때문에 신축 혹은 준신축급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2010년대 들어 입주한 아파트가 ▲2016년 ‘영주가흥코아루노블’ 277가구 ▲2020년 ‘풍기코아루’ 111가구 ▲2021년 ‘영주가흥더리브스위트엠’ 831가구 등 총 3곳 뿐일 정도로 공급 가뭄이 심한 상황이다. 앞으로 입주 예정인 단지도 428가구짜리 ‘영주아이파크’ 단 한 곳으로, 2025년에나 입주할 계획이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영주시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아파트 공급이 너무 없던 바람에 그나마 지역에서 신축으로 꼽히는 아파트 위주로 실수요 계약이 이뤄지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올해 11월 영주시에 분양한 ‘영주아이파크’ 분양가가 최고 4억원, 옵션비까지 포함하면 4억5000만원 정도라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금액에 기존 아파트 실거래가가 ‘키 맞추기’를 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영주시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입주한지 10년 이내라 준신축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주세영리첼’이나 ‘코아루노블’ 등 아파트 가격이 ‘영주아이파크’ 분양가에 맞춰 오르고 있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영주 집값, 얼마나 더 뛸까
전문가들은 영주시 집값이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상승폭은 과거 폭등기 때 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주시에 일자리가 부족해 지역 주민들 소득 수준에 한계가 있는 데다, 현재 금리가 너무 높아 지역 주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크게 벗어난 금액에 거래가 턱턱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데이터에 따르면 영주시 아파트 가격이 지난 4년여동안 이어진 폭등기 때 상대적으로 덜 올라, 현재 소득 대비 저평가됐다. 이 때문에 아직 상승 여력이 있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체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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