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27 07:31 | 수정 : 2022.12.27 07:59
[땅집고] 지하철이 뚫리고 새로운 도로의 개통 발표가 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기 마련이다. 물론 경제가 안정되고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얘기다. 요즘처럼 국내외 경제가 불확실하고 시장이 불안할 때는 어떠한 개발 호재도 소위 약발이 듣지 않는다.
서울 은평구가 대표적이다. 은평구 일대에 대형 개발 호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은평구는 서울 서북부에 있는 외곽지역으로 지하철 3호선 녹번역을 이용하면 종로나 광화문 등 도심 업무지구까지 20분 정도면 닿는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에다 최근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으로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지난 5년간 집값이 꾸준히 올랐다. 다만 개발 속도에 비해 상업시설, 병원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주요 간선 도로인 통일로 정체는 악명이 높기로 소문나 있다. 서울시가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은평구 금싸라기 땅에 2030년까지 60층 규모 랜드마크 건물을 비롯한 코엑스급 복합시설을 짓겠다고 예고했다.
서울 은평구가 대표적이다. 은평구 일대에 대형 개발 호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은평구는 서울 서북부에 있는 외곽지역으로 지하철 3호선 녹번역을 이용하면 종로나 광화문 등 도심 업무지구까지 20분 정도면 닿는다. 이 같은 지리적 이점에다 최근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으로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지난 5년간 집값이 꾸준히 올랐다. 다만 개발 속도에 비해 상업시설, 병원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주요 간선 도로인 통일로 정체는 악명이 높기로 소문나 있다. 서울시가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은평구 금싸라기 땅에 2030년까지 60층 규모 랜드마크 건물을 비롯한 코엑스급 복합시설을 짓겠다고 예고했다.
■ 60층 랜드마크에 GTX 개통 호재에도 집값은 ‘폭락’
26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부지 앞. 지하철3호선 불광역에서 걸어서 3분거리에 있는 이곳은 시민단체와 사회적 기업 230개가 입주한 공공시설이다. 중앙 공터처럼 텅 빈 잔디밭에 추운 날씨에도 주민들이 나와 걷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부지는 당초 국립보건원 부지였으나 국립보건원이 2006년 이전하자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기였던 2009년 시가 매입했다. 이후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2015년 부지 안에 있던 낡은 건물들을 리모델링해 서울혁신파크를 만들고, 시민 단체와 사회적기업 등 230여개를 입주시켰다.
지난 19일 서울시는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부지(11만㎡)를 개발해 60층 규모 복합문화쇼핑몰과 산학캠퍼스, 융복합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곳을 주거·업무단지를 비롯해 병원과 상업시설, 공원이 있는 복합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부지 중앙에 대규모 녹지광장과 60층 높이의 랜드마크 타워를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가로변에는 여의도 소재 백화점 ‘더현대서울’보다 큰 복합문화쇼핑몰을 만들 예정이다. 서울형 키즈카페, 노인복지시설, 반려동물 공원 등 다양한 여가 문화 시설도 포함한다.
이와함께 은평구 연신내역(3호선)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가 개통을 앞두고 있고, 신분당선 서북부 노선도 추진 중이다. 교통과 상업시설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은평구가 이전보다 훨씬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초대형 개발 소식에도 불구하고 최근 은평구 집값은 반전은커녕 낙폭을 더 키우며 폭락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한달 간 은평구 아파트값은 -2.39%로 서울 평균(-2.06%)보다 더 하락했고, 서북권에 있는 지역 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개별 단지로 보면 지난해 최고 가격보다 수억원씩 하락했다. 은평구 녹번동 녹번역 역세권 단지 ‘북한산 푸르지오’ 84㎡는 8억9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3억6500만원에서 5억원 하락했다.
‘백련산해모로’ 59㎡는 이전 신고가 9억원에서 이달 6억1000만원으로 3억원정도 하락 거래됐다.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59㎡도 지난해 11억7500만원에서 이달 8억원으로 4억원 가까이 폭락했다.
■ “내년에도 외곽지역 매수심리 되살아나기 힘들 것”
주민들은 은평구의 고질적인 교통난에 대한 대책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계획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15년은 기다려야 한다”, “안그래도 도로가 꽉 막히는데 개발이 이뤄질수록 교통대란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도 나온다. 은평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솔직히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들이어서 주민들은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여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또 은평구 집값이 저평가된 주요 원인이 교통난인만큼 주거시설·업무시설에 다른 도로망 개선책도 수반되어야 은평구 주거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은평구를 비롯해 서울 외곽지역 집값은 내년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내부 환경에 의해 가격이 변화하는 것이 아닌, 고금리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부의 노력도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대체로 매수자들이 집값의 30%는 대출을 받는 것이 대부분인데,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똑 같은 5억원이라도 체감상 무게가 다르다, 매수 심리는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확실해야 되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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