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26 11:30
[땅집고] 지난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따라 고공행진했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아파트값이 올들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주택이 몰려있는 곳으로 작년 말 젊은 세대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또는 공황구매(패닉바잉)로 거래량이 집중된 지역이다. 올들어선 거래도 뚝 끊겼고, 간간이 거래되는 매물은 작년 가격보다는 수억원 하락한 가격에 시세가 형성됐다.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내년에 집값이 더 하락할 우려가 큰 지역이어서 거래절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미니신도시급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 4억원 ‘뚝’
지난달 서울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아파트 84㎡가 8억99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13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4억원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이 아파트는 금·관·구 지역 중에서도 오피스텔 등을 포함해 총 4117가구로, 미니신도시급 규모를 자랑하는 신축 단지다. 대중교통 노선이 많지 않고, 언덕이 많아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금·관·구 지역에서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이 도보 3분거리로 가깝고 상가·롯데마트·호텔 등 인프라도 단지 내외부에 가깝게 들어서 이 일대에선 가장 살기 좋은 아파트로 주목받았다. 2016년 11월 입주한 이후 지난해까지 5년 간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들어선 거래량이 뚝 끊기고 가격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이 단지 84㎡ 최고가는 13억4000만원이었고, 올 초까지만해도 11억~12억원에 거래됐지만 11월 8억원대로 급락한 것. 이 일대 주민들은 “도대체 누가 8억원에 판 것이냐”, “이제 8억원이 정상 거래가격이 되겠다”며 실망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현재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나온 매물도 9억원대 수준으로 낮아졌다.
옆에 붙어있는 단지인 ‘독산동중앙하이츠빌(2004년 입주)’도 대단지 아파트를 따라 가격이 오르며 상반기 8억4500만원에 팔렸던 것에서 최근 약 1억원 하락한 7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신림선 개통했는데도…역세권 단지 가격 하락
관악구 신림동에는 지난 5월 신림선 경전철이 개통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세권 단지 집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그동안 대중교통 노선이 전혀 없어 서울임에도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 지역이었던 관악구 신림동 일대는 신림선 경전철로 여의도 샛강역까지 약 20분대에 환승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버스를 갈아타고도 40분이 넘게 걸렸다.
이에 올초까지만해도 신림선 서원역 인근 ‘신림 현대’ 105㎡는 10억 3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까지 낮아졌다. 59㎡는 지난해 7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억7000만원으로 떨어졌고, 호가는 6억원대로 낮아졌다.
서울 관악구 대표 아파트로 꼽히는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59㎡는 지난해 12억원에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올해 8억9000만~9억원에 거래돼 약 3억원 하락했다. 봉천동 두산 59㎡도 6억3000만원에 실거래돼 지난해 8월 9억9500만원 최고가보다 3억원 이상 낮아졌다.
구로구에서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개봉동 현대 114㎡은 8억5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12월 기록한 12억원보다 3억5000만원이 떨어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요즘은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고, 핵심지역인 강남 아파트 가격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서울 외곽지 아파트값 역시도 개발사업이나, 호재가 있다고 해서 대세 흐름을 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금리인상 등 하락 요인이 더 많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매물 가격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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