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23 11:30
[땅집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이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조성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자로 한 성인 인터넷 방송 운영사를 선정하면서 지역사회가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청라 주민들과 인천시의회는 문란한 ‘19금 방송업체’가 영상문화복합단지 개발을 맡게되면 지역 성장을 되레 해칠 것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인천자유경제청과 선정업체는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맞선다.
■1조5000억짜리 사업 개발권 ‘19금 벗방’ 기업 손에?…지역사회 ‘반발’
청라 주민들과 인천시의회는 문란한 ‘19금 방송업체’가 영상문화복합단지 개발을 맡게되면 지역 성장을 되레 해칠 것이라며 결사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인천자유경제청과 선정업체는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문제가 전혀 없다고 맞선다.
■1조5000억짜리 사업 개발권 ‘19금 벗방’ 기업 손에?…지역사회 ‘반발’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는 인천 서구 청라동 1-820 일대(투자유치용지 5-4) 18만8282㎡ 부지에 영화·드라마를 촬영할 수 있는 실내외 스튜디오, CG 스튜디오, 미디어센터 등 인프라와 각종 관광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부지의 70% 이상은 영상문화와 관련한 시설을 짓고, 나머지 30%에는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을 짓는다. 총 사업비 1조5000억원 규모다.
인천경제청은 올해 7월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자 공모를 내고, 이달 14일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THE E&M’(더이앤엠)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공모에 참여한 총 3개 업체 중 최고 점수를 받았으며, 앞으로 청라 영상산업 생태계 조성이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역 사회에서도 최근 영상미디어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이 곳이 청라의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사업자로 선정된 더이앤엠이 국내 온라인 성인방송 플랫폼인 ‘팝콘TV’를 운영하는 기업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라 주민들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소위 ‘벗방’(옷을 벗고 방송하는 콘텐츠)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기업에게 청라의 알짜 사업부지 개발권을 넘기면 지역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거세다.
실제로 청라 부동산 커뮤니티마다 “팝콘TV를 보면 조폭들이 등장하고 여성들은 속옷만 입고 방송하던데, 인천에서 청정구역으로 꼽히는 청라에 19금 성인문화영상단지라도 만들겠다는 거냐”, “청라국제도시가 과거 청량리588로 바뀔 위기에 놓였다. 당장 사업자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등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KT 대신 ‘1주 330원짜리’ 기업 택한 인천경제청 ‘비아냥’
일각에선 인천경제청이 더이앤엠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한다. 공모에는 대기업인 KT가 이끄는 컨소시엄도 함께 참여했는데, 자본력을 갖춘 KT를 제치고 중소기업으로만 컨소시엄을 구성한 더이앤엠에 부지 개발권을 넘긴 게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자 공모에는 총 3곳이 참여했다. 이 중 한 곳은 사전 탈락해, 실질적으로 KT컨소시엄과 더이앤엠 컨소시엄 두 곳의 경쟁 구도였다. KT컨소시엄에는 국내 영상 콘텐츠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CJ E&M과 신한은행, IBK투자증권, 롯데건설 등 굵직한 기업이 참여했다. 반면 더이앤엠 컨소시엄은 IHQ, 에이스팩토리, 이제이파트너스, 메이스엔터테인먼트,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등 중소제작사와 전문협회 위주로 구성됐다.
인천경제청은 평가위원회에서 ▲사업신청자 ▲종합개발구상 ▲전문성 및 관리·운영 계획 등 3개 분야를 심사한 결과, 더이앤엠 컨소시엄이 최고점을 얻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1조5000억원짜리 대규모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 사업을 주식 한 주에 3만5000원대인 KT 대신, 330원대인 더이앤엠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넘기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인청경제청 “사업자 선정 적법…일방 취소하면 소송 걸릴 것”
논란이 커지자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가 지난19일 임시 상임위를 소집해 청라영상복합단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을 조사하는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인천시에 감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적법하게 이뤄졌으며,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반박한다. 심의 과정에서 컨소시엄을 이끄는 개별 기업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각 컨소시엄 지분구조의 우수성이나 책임·권한의 적정성을 평가했기 때문에 더이앤엠 컨소시엄을 선정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천경제청 서비스산업유치과는 지난 14일 보도자료에서 “KT컨소시엄에선 영상 관련 기업인 CJ E&M과 KT스카이라이프 등 핵심사업자의 지분율이 0.5%로 낮았다. 반면 더이앤엠 컨소시엄은 핵심사업자가 개발·운영법인에 70%를 투자해 사업을 총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며 “또 더이앤엠 측은 영상 제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제작자에게 일부 레지던스 시설을 저가로 지원하는 등, 사업 연계성이 우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경제청은 청라영상문화복합단지에 짓는 오피스텔과 관련한 부분에서도 두 컨소시엄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KT컨소시엄은 약 1조2000억원 상당의 오피스텔 2000여실 등 수익시설을 분양한 뒤 해산하는 구조다. 반면 더이앤엠 컨소시엄은 오피스텔 분양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 900억원을 영상복합단지 운영에 재투자하는 계획을 세워, 공모 지침과도 부합했다는 설명이다.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만약 인천경제청이 청라영상단지 사업자 선정을 취소하면 당장 소송이 걸릴 것이다. 이 소송에 대해 인천경제청이 맞설 법적 근거가 없다”며 “더이앤엠이 (성인방송 플랫폼인) 팝콘티비를 운영하는 것은 맞지만, 이 기업이 청라영상단지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법적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사업평가 지침대로 점수가 높았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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