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21 12:16

[땅집고] 최근 수십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서울의 대장주 아파트들도 과거 '미분양'의 흑역사를 갖고 있다. 서초구 반포자이,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 등이 그렇다.
이들의 공통점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됐던 2008년과 2009년에 분양한 단지라는 점이다. 당시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16만 가구가 넘었고, 계약 미달 사태가 속출하자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할인하거나 각종 금융 혜택들을 제공하면서 미분양 물량을 털어냈었다.
GS건설이 2008년 분양한 서초구 반포 자이의 분양가는 평당 2783만~3360만원이다. 반포자이는 공사가 80% 이상 진행됐을 때 분양을 시작하는 후분양 아파트로 당첨자는 청약 당첨 후 5개월 안에 잔금까지 납부해야 했다.

당시 반포자이 일반분양분 599가구 계약 결과, 약 60%만 계약을 체결하고 40%는 미계약 사태가 발생했다.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와 함께 후분양 아파트로 입주 시점까지 분양가 전액을 내야 해 분양 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청약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가 속출했다. 당시 반포자이의 미분양 물량 159가구는 미분양펀드로 넘겨지기도 했다.
반포자이 미계약 결과는 강남 분양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반포자이 청약 이후 진행된 서초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의 평균 분양가는 평당 2635만~3295만원으로 반포자이의 미계약 상황을 의식해 반포자이 분양가보다 65만~148만원 정도 낮게 책정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아이파크의 경우 평당 2000만~2200만원 선으로 전용 84㎡가 5억6600만원에 나왔다. 하지만 미분양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최초 분양가보다 최대 8억원을 깎는 할인행사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통상 건설사나 분양 업체들은 미분양이 발생하면 이사비용이나 중도금 대출 이자 지원, 상환 유예 혜택을 주는 선에서 계약자들을 유인하지만, 분양가를 깎아주는 수단은 쓰지 않는다. 당시 할인분양이라는 선택을 한 건 최후의 카드나 다름없었다.
이들 아파트가 분양을 하던 2007년말과 2008년 초반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소위 '밀어내기 분양'을 일삼던 시기다. 실제로 미분양 단지 중 대형 건설사가 공급한 물량은 대부분 평당 2000만원이 넘는 분양가가 책정됐었다. 그나마 2000만원대의 고분양가 단지는 3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주상복합이 대부분이었다. 분양가 자체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고 이는 수요자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2009년 2월까지도 비어 있던 반포자이의 상황은 시간이 흐르며 반전되기 시작했다. 1년 새 집값이 1억원이 오른 것이다.
반포 자이 전용 84㎡의 경우 2009년 3월 평균 7억7050만원에 거래됐고, 1년 뒤 8억8000만원을 찍었다. 2014년 7월 평균 9억원을 넘겼고, 2015년 7월 10억5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대를 넘겼다. 이후 2018년 9월에 19억2000만원을 찍고 올해 9월 28억2000만원의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반포자이의 경우 13년간 20억원이 넘는 가격 상승이 있었던 것이다.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5㎡도 2009년 7월 13억9300만원에 거래된 이후로 1년 뒤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 2017년 7월에 실거래가 20억원을 넘겼고, 올해 5월 39억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고덕 아이파크의 경우 2011년 12월 입주를 시작해 12월 평균 5억6480만원에 거래됐고 반년 뒤인 2012년 7월에는 4억9000만원까지 떨어졌었다. 이후 1년 뒤인 2013년 8월 5억7315만원에 거래되며 다시 상승세를 기록했고, 2017년 12월에는 평균 7억2000만원에, 2019년 11월에는 10억35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을 넘겼다. 2021년 10월 14억원의 신고가를 찍는가 싶더니 최근 부동산 하락세와 함께 11월 10억원에 거래됐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2012년 거래가와 비교해 2배가 오른 가격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고가 아파트들이 과거 미분양이 났던 건 결국 수요자들이 아파트의 적정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이런 현상은 주식 시장에서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청약 경쟁률과 반포자이를 비롯한 과거 고가 아파트 미분양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한 업계 전문가는 “반포자이의 경우 둔촌주공과는 다르게 완전한 후분양으로 진행되기도 했고, 당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위기가 닥쳐 시장 수요가 전멸한 상황이었다”며 “둔촌주공의 경우 비교하자면 2014년 침체기 때 경희궁 자이나 서울역 센트럴 자이가 미분양 됐던 사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중에서도 괜찮은 입지에 위치한데다 매력적인 가격임에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게 침체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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