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19 18:46
[땅집고]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갱신을 요구한 이후 해당 주택을 매수한 새 집주인도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하급심에서는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리며 혼란이 가중됐지만 대법원이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새 집주인 A씨가 세입자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B씨는 2019년 4월부터 2년동안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기로 집주인 C씨와 월세 계약을 맺었다. B씨는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기 전인 2020년 10월 16일 C씨에게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집은 A씨에게 팔려 2주 뒤인 10월 30일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졌다.
A씨는 자신이 실거주하겠다며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지만 B씨 측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퇴거를 거부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직접 실거주하려는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계약갱신을 요구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 거절할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간 하급심에서 판단이 엇갈렸다.
이 사건에서 1심은 새 집주인 A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피고가 계약갱신을 요구할 당시 원고는 아파트 임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며 세입자 B씨의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실거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임대인이 실거주할 목적이라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단서(제6조의3 제1항 제8호)에서 '임대인'을 갱신 요구 당시의 임대인으로만 제한해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측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사람이 종전 임대인과는 별도로 갱신 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실시한 것"이라며 "2020년 신설된 계약갱신 요구권·거절권과 관련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이 정당한지는 그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적법한 기간(임대차 종료 전 6개월∼2개월)에 이뤄졌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는 임대인이 변경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서지영 땅집고 기자 sjy381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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