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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꼼수로 엉망진창 건축…'청약 대박' 타운하우스의 민낯

    입력 : 2022.12.19 07:24 | 수정 : 2023.03.31 10:38


    [땅집고] “한 단지로 묶어서 온갖 편의시설 준다더니 다 뻥이었어요. 커뮤니티 시설은 고사하고 화재나 침수 대비 시설도 없어요. 집을 이렇게 지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니 답답해 미칠 노릇입니다. ”

    지난해 분양해 청약 대박을 낸 경기도 양주시 옥정신도시 ‘월드메르디앙 양주 옥정 라피네트 더 테라스’(이하 라피네트 더 테라스)가 ‘편법’ 분양 논란을 빚고 있다. 규제가 까다로운 주택법을 피해 건축법을 적용받으려고, 한 개의 단지를 5개로 쪼개 건축허가를 받은 시행사의 ‘꼼수’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건축법을 적용 받은 주택은 안전, 커뮤니티 등 필수시설이 빠지면서 사업주체에게는 이득이지만, 실수요자는 반대로 피해를 입는다.


    ■ 188가구 ‘한 단지’ 관리에 각종 혜택 내세워 ‘완판’

    라피네트 더 테라스는 188가구 규모의 블록형 단독주택으로, 전용 84㎡ 단일 평형이다. ㈜에스엠홀딩스가 시행하고 대한종건이 시공했다. 올 12월 준공, 입주 예정으로, 분양가는 6억4938만5000원~7억2997만원이었다.

    분양가가 싸진 않지만, 장점이 많았다.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ㆍ시스템에어컨ㆍ붙박이장 무상제공 ▲실거무 의무 없음 ▲계약후 전매 가능 등의 혜택을 내세웠다. 여기에 커뮤니티 시설, 관리사무소 등을 다 같이 쓴다면서 188가구를 ‘한 단지’로 홍보했고, 이는 곧 청약 흥행으로 이어졌다. 작년 7월 평균 청약 경쟁률 9.52대 1, 최고 25.08대 1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청약 당첨자들은 장밋빛 단독주택 라이프를 꿈꾸며 입주 날만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 환상은 무참히 깨졌다. 지난해 4월 시행사가 한 단지가 아닌 50가구 미만의 5개 필지로 쪼개 건축허가를 받으면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50가구 미만 단지로 건축허가를 받으면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 받는다. 건축법을 적용받으면 커뮤니티 시설 등 공동주택이 갖춰야 하는 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지자체의 품질검수나 사전예비점검 등 각종 의무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다.


    ■건축법 적용으로 ‘안전시설’ 미설치…입주 예정자들 ‘불안’

    건축법 적용으로 입주예정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안전시설의 부재다. 이 정도 규모의 단지가 주택법에 의해 시공이 됐다면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 물 분무 소화설비 등 소화용수 설비가 필수로 들어가는데, 이 단지는 건축법을 적용받아 아무런 시설이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다. 입주예정자들은 단지 위치와 구조상 화재 발생 시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라피네트 더 테라스는 여러 세대들이 벽을 마주하고 붙어 있는데, 동간 간격도 넓지 않고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구조다. 여기에 주차장은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방식으로 지어졌다. 입주예정자인 김희영(가명) 씨는 “입주민들이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져보고 있긴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며 “불안해서 입주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부실시공 우려도 나온다. 입주예정자들에 따르면 바닥은 공이 굴러갈 정도로 수평이 맞지 않고, 벽체가 평평하지 않은 상태에 빌트인가구를 설치해 벽과 가구 틈 사이로 손이 들어간다. 설계와 시공의 오류로 세탁실에는 수전과 배수구도 없다. 입주예정자 A씨 “시공사에서는 싱크대에 연결된 배수구와 수전을 당겨 쓰라는 억지를 펼치는데, 그렇게 하면 100% 온 집안이 물바다가 된다”고 지적했다.

    ■법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편법’…인허가권 쥔 지자체도 ‘난감’

    엄밀히 따지면 시행사인 ㈜에스엠홀딩스는 법을 어기진 않았다. 그러나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필요시설을 최소화하고, 건축허가를 손쉽게 획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본 건 실수요자들이다. 이처럼 사업주체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필수시설이나 규제를 피했지만,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양주시청은 법적으로 사업을 막을 권한이 없지만, 입주민 반발이 큰만큼 별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청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사용승인조건 미이행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일렀고, 서류가 보완되면 지자체에서 준공 승인을 미룰 수는 없다. 다만 기한 내에 보완이 안 될 경우는 반려 처분을 내릴 수는 있다”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품질점검을 대체할만한 다른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행사는 12월 말로 예정된 입주를 강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시공사에 따르면 현재 사업지 공정률은 98%로, 연말 전까지는 완공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주예정자들은 필요한 시설을 보완해 입주 가능한 상태가 될 때까지 시청의 준공 허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사기 분양’이라며 개인 소송을 알아보고 있으며 필요시에는 시위도 고려 중이다.

    ㈜에스엠홀딩스는 대외 연락을 피하고 있다. 땅집고가 시행사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알려왔습니다] ‘라피네트 더 테라스’ 관련

    본지는 양주 옥정 ‘라피네트 더 테라스’가 한 개 단지를 다섯 개로 쪼개는 편법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주택법 적용을 피해 커뮤니티 등 필수시설이 없고, 부실시공과 설계오류로 인해 안전 및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라피네트 더 테라스’ 시공사 대한종건은 “LH공사 측에서 필지를 분할 매각하였기 때문에 건축허가를 각각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주택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쪼개기 건축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대한종건은 “세탁실 수전 및 배수 시설 미설치는 당초 설계에 따른 것으로 미시공이 아닌 입주예정자들의 오해이며, 주차장은 필로티 구조가 아닌 벽식으로 시공되어 있다”라고 전해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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