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16 11:43
[땅집고] 경기 포천시에 ‘베어스타운 리조트’ 스키장이 올해부터 스키장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1985년 문을 연 이후 37년 만이다. 용인시 ‘양지파인리조트’와 남양주시 ‘스타힐리조트’는 이미 지난해 스키장 문을 닫았다.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선 이달 2일부터 ‘휘닉스평창’과 ‘용평리조트’가 스키장 영업을 시작하긴 했지만, 업계에선 스키장이 이렇게 늦은 시기에 개장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입을 모은다. 스키가 대중적인 동계스포츠로 자리잡기 시작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 곳곳 스키장이 이르면 10월 말부터 손님맞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의 스키장이 줄폐업을 하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변화 리스크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기온이 오르면서 소위 ‘따뜻한 겨울’이 스키장 영업에 큰 타격을 줬다. 적설량이 너무 적어 인공눈으로도 슬로프를 다 채울 수 없는 지경인 데다 스키 인구까지 줄어드는 바람에, 현재 폐업을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영업을 종료하고 지역 흉물 신세가 된 스키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키장 이용객은 지난 2011년 말 686만명에서 지난해 382만명으로 무려 4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핵심 스키장 17곳 중 6곳이 영업을 종료했는데, 이 중 최근 3년 동안 문을 닫은 곳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폐업 속도가 빠르다.
기후 변화로 스키장이 영업 부진을 겪거나 폐업하는 상황은 외국에서도 목격된다. 먼저 프랑스 생피르망 마을에선 1964년 지어져 58년째 자리를 지키던 스키장 리프트가 올해 11월 말 철거됐다. 이 마을에 눈이 15년째 내리지 않으면서 스키장 운영자체가 불가능해져, 리프트 역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아예 ‘0원’에 매물로 나온 스키장이 있을 정도다. 1965년 나가노 현에 들어선 이이즈나코겐 스키장이다. 전체 면적이 60.53헥타르, 축구장의 60배 규모로 스키 리프트 노선이 7개나 설치돼 있었다. 1998년 열린 나가노 동계 올림픽 경기장으로 활용됐고, 설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 스키장 운영을 맡았던 나가노시가 적자에 시달리게 되면서 결국 민간기업에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매각가는 파격적이게도 0원, 즉 공짜다. 단 인수한 뒤 10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스키장 운영을 해야 하고, 이용료로 나가노시에 매년 230만엔(약 2210만원)을 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그런데도 매각 공모에 참여한 기업이 한 곳도 없어 결국 2020년 2월 폐쇄하고 말았다.
지역 사회에선 일단 스키장이 폐업하면 흉물로 전락하는 점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산에 있던 나무를 벌목한 뒤에 조성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민둥산 신세가 된 스키장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도시 미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흉물 스키장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폐업한 충북 충주 ‘수안보 스키장’의 경우, 조길형 충주시장이 최근 이 곳에 시민 골프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원 고성군은 지역 애물단지로 꼽리던 ‘알프스 스키장’을 예술인 창작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진부령 문화창작마을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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