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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셋값 > 지금 집값…갭투자한 영끌족 매일이 지옥

    입력 : 2022.12.16 11:26 | 수정 : 2022.12.16 11:29

    [땅집고] “영영 집을 사지 못할 것이란 공포감에 무리해서 집을 샀는데, 집값도 전세금도 너무 떨어졌어요.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가 벅차 막막합니다.”

    [땅집고]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지난해 하반기 경기 김포시 한 노후 아파트에 집을 구입한 A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했다. A씨가 집을 구입한 당시 김포 집값은 1년(2020~2021년)간 7% 넘게 상승했고, 해당 아파트도 같은 기간 가격이 2억2000만원에서 5억원대로 급등세였다.

    서울 집값은 너무 비싸고, 수도권 신축 단지도 가격이 높았던 상황에서 A씨에게 이 노후 단지는 상대적으로 저렴해보였다. 앞으로 김포시에 교통 호재도 많아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A씨는 당시 LTV 등 규제로 이 집을 구매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지금 당장 집을 구입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내 집 마련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부동산으로부터 ‘3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다. A씨는 적금을 깨고 신용대출을 조금 더 받아 전세를 끼고 집을 구입했다. A씨가 집을 구입하자마자 매매가격은 약 2억원 더 올라 7억원까지 육박했다. A씨는 비록 당장 들어가 살 수는 없지만, 집값이 더 오르기 전 내 집 마련을 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이 집의 매매가격은 4억원대, 전세금은 2억5000만원대로 급락했다. 내년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 세입자는 더 저렴한 집을 찾아 나갈 것이 분명해보인다.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려면 1억원 정도 빚을 내야 하는데, 치솟는 금리 때문에 감당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A씨처럼 지난 1~2년간 무리해 주택을 장만한 집주인들이 최근 급격한 매매·전세금 하락과 금리 인상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각에선 “갭투자나 무리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투자까지 정부가 나서 도와줘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지난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민낯이 나타나고 있단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 수도권 집값 곳곳서 반토막…전세금 보다 낮은 거래 수두룩

    최근 수도권 집값과 전세금은 지역과 입지를 안가리고 급락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광교 중흥 에스클래스’ 129㎡는 이달 23억 5000만원에 팔려 작년 6월 최고가 32억 5000만원보다 9억원 하락했다. 지난해 14억 7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던 경기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 슈르’ 59㎡도 이달 5억원 가까이 낮은 9억 8000만원에 매매됐다.

    경기권 아파트 중에는 지난해 최고 전세금보다 매매가격이 하락한 단지도 많다. 경기 김포시 풍무동 김포골드라인 인근에 있는 신축단지 ‘풍무센트럴푸르지오’ 84㎡는 지난해 8억5000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으나, 이달 1일 4억3000만원에 거래돼 반토막이 났다. 전세금은 지난해 11월 5억원에서 3억500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땅집고] 지난 1년간 수도권 주요 단지 집값 변화. / 그래픽=김리영 기자

    수원 영통구 망포동 ‘동수원자이1차’ 아파트 84㎡는 지난해 10월 매매가격이 6억8000만원, 전세금이 5억2000만원대로 매매가격과 전세금이 1억6000만원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이 단지 같은 주택형 매매가격은 4억7000만원까지 하락해, 작년 전세금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현재 전세금은 2억9000만~3억원대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84㎡는 지난해 최고 10억7000만원이던 전세금이 최근 6억원대까지 낮아졌다. 이 주택형의 매매가격은 지난해 10월 최고 20억원에 실거래됐는데, 올해 11월 13억9000만원까지 6억원 넘게 하락했다. 고덕동 일대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전세금이 급락해 집주인들이 계약 갱신을 하지 않고 나간다는 세입자를 잡아두기 위해 일정 사례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격이 계속 떨어져 매수자도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IMF ‘한국 집값 붕괴’ 경고…전문가들 “근본적인 대책 필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집값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놔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15일 IMF가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택시장 안정성과 적정가격’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한국은 집값이 크게 올랐고, 상당부분 거품이 끼어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IMF는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에는 주택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대한 과도한 기대 등이 반영됐다”며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는 경우 한국은 집값 붕괴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일찍이 저금리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해 거주하고 있는 집주인들은 집값이 떨어져도 당장은 불안할 것이 없지만, 지난해에 무리해서 대출을 받았거나 갭투자에 나선 이들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라며 “버티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정부에선 LTV 등의 규제가 강력해 청년층이 저리로 대출을 받아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해버렸다, 주택 공급에 대한 신호도 불분명했던 터라 집값이 크게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영영 집을 못살 수 있다는 공포감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출 정책 상품을 가동하더라도 이른 바 ‘전문 투기꾼’과 일반 서민을 일일이 선별해 지원하긴 어렵기 때문에 마땅한 대책을 내놓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적어도 선진국처럼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젋은 층에게는 저렴한 고정금리 대출로 집을 마련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런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 서민부터 타격을 받는 것”이라며 “그때그때 대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주거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근본적인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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