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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00만원, 만기 땐 2억 드려요"…주부들 노후자금 1000억 홀라당

    입력 : 2022.12.15 07:37

    [땅집고] 최근 부산에서 부동산 공매 투자사업에 돈을 보태면 월 8% 수준의 배당금을 지불하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에게 총 1000억원대 현금을 뜯어낸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땅집고] 부산에서 한 투자업체가 부동산 공매사업에 투자하면 ‘월 8% 배당금’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총 1000억원대 현금을 가로챈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부산 연제경찰서가 본격 수사에 착수하고 투자업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지만, 이 투자업체가 부산 뿐 아니라 인근 울산과 양산·창원 등 경남지역을 돌며 똑 같은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어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공매투자로 월 배당금 8%에 속아…피해자 대부분이 60~80대 가정주부

    부산 연제구에 사는 60대 가정주부 A씨. 올해 1월 지인으로부터 ‘목돈을 넣으면 배당금을 주는 괜찮은 투자회사가 있더라, 나도 이미 투자하고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해당 투자회사 사무실에서 진행하는 설명회를 찾았더니, 이미 예비투자자 100여명이 바글바글 모여있었다. 대부분이 노후자금을 불리러 온 60~80대였으며 투자가 살림에 보탬이 될까 찾은 가정주부도 다수였다.

    투자회사 ‘디에스인베스트’와 ‘대성리치’의 대표인 B씨는 설명회에서 ‘월 8% 배당금’ 수익 구조에 대해 소개했다. 공매로 나온 부동산을 싸게 매입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팔아 발생한 차익으로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었다. 이날 B씨는 앞으로 투자할 예정인 공매 물건들에 대해 하나 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땅집고] 피해자 A씨가 투자회사 '디에스인베스트'와 계약을 맺은 '조합원 출자금 신청서' . /피해자 제공

    이런 B씨의 설명에 믿음이 간 A씨는 일단 목돈 일부인 3000만원을 투자해보기로 결심했다. 설명회에 모인 예비투자자들이 앞다퉈 계약서를 작성하는 분위기였다. A씨가 1월 27일 작성한 계약서 명칭은 ‘조합원 출자금 신청서’. 투자자인 A씨가 투자회사 ‘디에스인베스트’의 영업을 위해 출자하면, 회사는 영업을 수행해서 발생하는 수익을 분배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계약 기간은 3개월이었다. 즉 A씨는 매달 투자금의 8%를 배당금으로 받다가, 4월 27일 계약이 종료하면 투자원금을 돌려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B씨는 투자금을 돌려받는 대신 계약을 갱신하도록 하는 ‘재출자 계약’을 계속해서 권유했다. 이 밖에도 B씨는 다양한 투자 상품을 소개했다. 모 건설회사와 손 잡고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수익이 발생할 예정인데, 이 현장에 1억원을 투자하면 계약기간 1년 동안 매달 300만원씩 배당금을 주다가 계약 종료 후에는 원금과 함께 추가로 2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상품이었다. 2~3일 정도만 가입을 받는 이벤트성 상품도 있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넣으면 명품시계나 귀걸이·팔찌 등 귀금속을 경품으로 증정하는 식이었다.

    [땅집고] 문제의 투자회사는 아파트를 개발하는 사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매달 월 300만원 배당금을 주고, 추가로 2억원을 더 제공하겠다는 등 다양한 미끼 상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피해자 제공

    B씨의 권유에 혹한 A씨가 투자한 돈은 점점 불어나 1억6700만원 정도가 됐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모두 종료됐는데도 A씨는 원금을 한 푼도 못 돌려받고 있다. 일부 배당금과 투자설명회 출근비 명목으로 받은 몇백만원 정도만 현금으로 손에 쥐었을 뿐이다. A씨가 카드론과 신용대출로 마련한 투자금도 있어, 이자를 갚기 위해 저녁마다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A씨는 “투자회사가 운영하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보면 투자자가 총 1280명 정도로 많다. 대부분 노후 대비하려던 60~80대 가정주부인데, 집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카드깡을 하면서 가족들 몰래 울며 겨자먹기로 알바를 뛰는 피해자들도 수두룩하다”고 호소했다.

    ■경찰, 본격 수사 착수…피해금액 회수는 어려울 듯

    [땅집고] 부산 연제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한 결과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80명, 피해 금액은 1000억원 정도다. /조선DB

    부산시 연제경찰서는 지난 5월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B씨 등 문제의 투자업체 관계자 1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 A씨와 같은 사기피해자가 80명, 피해 금액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제경찰서 관계자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정확하게 신원 확인이 된 것이 80명이지, 실제 피해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본다”며 “수사 결과 투자회사가 정말로 공매 부동산에 투자해 차익을 얻은 사실은 하나도 없었다.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돈을 ‘돌려막기’ 하는 식의 사기행각”이라고 했다.

    이에 투자회사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여력이 있다고 맞선다. 회사가 보유하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가 최근 매각돼 돈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것. 이 밖에도 부산·울산·김해 등지에 갖고 있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매물로 내놨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바람에 매수세가 붙지 않아 거래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땅집고] 현재 투자회사는 부산 인근 울산, 창원, 양산 등지에서 새 사무실을 차리고 추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제공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지금까지도 B씨 등 투자회사 일당이 부산 인근 울산·양산·창원·마산·진주 등 다른 지역에서 투자설명회를 진행하며 똑 같은 사기수법으로 추가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제경찰서는 주범인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추가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벌금형을 넘어 5년 이상 징역 혹은 무기징역이 내려진다”며 “다만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민사소송을 따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B씨가 ‘돌려막기 수법’으로 이미 돈을 거의 썼기 때문에 투자금을 다 돌려받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

    땅집고 취재진은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현재 몸이 아파 치료중이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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