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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 잘들은 우린 무슨 죄?"…재건축 규제 완화 형평성 논란

    입력 : 2022.12.14 14:25

    [땅집고] 지난 달 서울 노원구 태릉우성 아파트에서 아파트 외벽이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독자 제공

    [땅집고] “안전진단을 실시한 건설기술연구원 측에서 2차 ‘안전진단 실시 이후 1년 이내에 보완 서류를 내지 않으면 탈락’이라고 협박을 했습니다. 저희 단지는 이 말에 따르기 위해 지난해 보완 서류를 제출했지만 탈락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보다 2차 정밀안전진단을 6개월 먼저 실시했던 목동5단지는 보완서류를 제출을 미뤘고 당시 탈락 처분을 받지 않은 채 진행중인 상황이라 이번 개정안에 따라 2차 정밀안전진단을 수월하게 통과하게 됐습니다.”(서울시 광진구 광장극동 아파트 재건축사업 준비위원회 관계자)

    “지난달 아파트 외벽이 부서지는 바람에 자동차가 파손된 일이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외벽이 떨어진 위치가 청소 노동자들의 쉼터였는데, 하마터면 인명피해가 날 뻔했습니다. 주민들 모두가 매일 위험 속에 살고 있는데도 안전진단 절차를 다시 실시해야 할까요? 저희는 이미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습니다.”(서울시 노원구 태릉우성 아파트 재건축사업 준비위원회 관계자)

    지난 8일 재건축 안전진단기준 완화책이 발표됐지만 강력한 규제 담벼락에 막혀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단지들을 위한 구제책은 제외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책은 새로 재건축을 준비하는 단지들이나 1차 안전진단을 마치고 2차 정밀안전단을 진행 중인 단지들에 한해 적용된다. 이미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단지들의 경우 맨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려면 민간 안전진단기관의 ‘1차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게되면 의무적으로 국토안전관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18년 3월 2차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골조 노후도를 평가하는 ‘구조안전성’ 비중을 종전 20%에서 50%로 상향하면서 아주 오래된 노후 단지들 조차도 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 이후 양천구 목동9·11단지,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노원구 ‘태릉우성’, 광진구 ‘광장극동’ 등의 단지가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고 재건축의 꿈을 접어야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책의 핵심 내용은 사실상 2차 정밀안전진단의 백지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조건부재건축이라도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이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가 시행되도록 개선된 것이다. 안전진단 통과의 최대 걸림돌인 구조안정성 비중 또한 50%에서 30%로 낮추고, 조건부재건축 점수를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표가 떨어져나가는 적정성 검토를 요청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땅집고] 지난 8일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에 대한 완화책을 발표했다. 완화책에 따라 2차 정밀 안전진단은 지자체 요청시에만 예외적으로 시행하게 됐다. /국토교통부

    규제 완화책은 1차 안전진단 통과 후 2차 정밀안전진단을 준비하던 기존의 단지에도 소급 적용된다. 이에 탈락을 우려해 정밀안전진단을 미뤄왔던 단지들은 접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도봉구 창동주공2단지는 늦어도 내년 초까진 정밀안전진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원구 상계주공13단지도 정밀안전진단 추진을 위해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걷고 있다.

    문제는 2차 안전진단을 탈락한 단지들이다. 이 단지들은 예비안전진단, 1차 정밀안전진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1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하려면 1500가구 기준으로 약 1억5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모금을 하는 일이 쉽지 않아 시간도 1년 가까이 걸린다. 노원구 태릉우성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번에 1차 정밀안전진단에 필요한 비용을 걷는데만 1년 가까이 걸렸다”며 “규제가 완화되기는 했지만 이미 한 번 비용이 발생했던 터라 또 한번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미 통과한 1차 안전진단을 다시 받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태릉우성 재건축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적정성 검토에서 떨어졌다는 것은 이미 1차 안전진단은 통과했고 재건축이 시급하다는 의미”라며 “실제 노원 태릉 우성 432가구 중 수도 누수 비중이 100가구가 넘고 단지 외벽 콘크리트가 부서져 낙하하는 사고가 벌어지고 있고 노원 상계7단지는 단지내 소방차가 통행하기 어려워 사망사고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2차 정밀안전진단 탈락 단지들에 대한 별다른 구제책을 내지 않을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2차 정밀안전진단 의뢰 후 유지보수 판정으로 행정절차상 ‘탈락’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안전진단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다만 이번 개정안으로 기존 정밀안전진단 절차보다 대폭 간소화됐기 때문에 이전만큼 절차적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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