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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이렇게 떨어진 건 처음…시장 꺼진 불씨 살려낼까

    입력 : 2022.12.14 11:25

    [땅집고] 연도별 전국 표준지 및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변동률. /국토교통부

    [땅집고] 2023년 전국 표준주택·표준지 공시가격 모두 올해보다 하향 조정된다. 낙폭도 역대 최대치다.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 붙으면서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내년 표준주택 공시가 변동률은 -5.95%로 전년(7.34%) 대비 13.29%p 감소했다. 2005년 주택가격 공시제도가 도입된 후 하락으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9년(-1.98%)에 14년 만이다. 마찬가지로 내년도 표준지 공시가격 변동률은 -5.92%로, 2009년(-1.42%)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지표다. 즉 내년도 공시가격이 하락한다는 건 그만큼 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하는 셈이다.

    14년 만의 ‘마이너스 공시가’가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땅집고가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봤다.

    ■부동산 세금,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갈 듯

    공시가격은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부동산의 가치는 시세의 일정한 비율로 평가되는데, 이른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 수준의 90%까지 끌어올리려고 했고, 급증한 세 부담에 따른 강한 조세저항에 직면해야 했다. ‘세제의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이 하락하면 가장 먼저 세금 경감 효과가 뚜렷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시가격이 보유세(재산세+종부세)의 과세 표준이 되는 만큼, 내년 주택 보유자들이 내야 할 세금이 올해보다 줄거나 적어도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1주택자의 보유세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6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기존 60%에서 45%로 인하했는데, 최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공시가격 하락 효과 등을 반영해 이 비율을 추가로 인하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인하율은 2023년 4월쯤 확정될 예정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공시가격 하락은 지난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공시가격으로 인한 조세 불만을 다독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거래 활성화, 가격 반등은 어렵다”

    일각에선 정부가 공시지가를 낮춰 세 부담을 줄이면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효과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도 공시지가가 올해 대비 낮아졌다고 해서, 주택 거래가 활성화하거나 집값이 갑자기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워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과거보다 확 커진데다, 다주택자의 경우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발생하는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규제를 받기 때문에 주택을 사고 파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땅집고] 시도별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률. /국토교통부

    또 거래절벽이 심한 지역에선 최근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공시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률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 -5.86% ▲세종 -5.3% ▲부산 -5.77% 등으로, 그동안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공시지가가 확 뛰었던 것과 비교하면 다른 지역 대비 이번 하향 조정폭이 작다. 또 이용상황별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률을 보면, 임야(-6.61%)와 농경지(-6.13%)가 주거(-5.9%)보다 더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이번 공시지가 하락으로 보유세 부담이 줄면서 매각 압박은 낮아질 수 있지만, 내년 경제 성장 전망이 올해보다 어두운 데다 고금리 기조도 지속될 예정이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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