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12 07:18
[땅집고] “국내 최초 ‘한옥 스타벅스’라고 해서 방문했는데, 휠체어 사용자는 다른 매장을 이용해달랍니다. 이건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죠.”
올해 10월 말 스타벅스 매장 중 세계 최초로 한옥 건물에 입점한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이 문을 열었다. 단순히 매장을 한옥 콘셉트로 꾸민 것이 아니라, 실제 1919년 지은 한옥에 매장을 열어 화제가 됐다. 건물 두 채로 이루어진 한옥 전체 면적 199평에 약 120석의 좌석을 갖췄다.
매장에 들어서면 기와 지붕을 비롯해 대들보, 기둥, 마루 등 한옥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 점이 눈에 띈다. 세계 최초의 ‘한옥 스타벅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 지역 뿐 아니라 전국 관광객들이 이 매장을 찾으면서 단기간에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그런데 신체가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 한옥 스타벅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선천적 뇌병변으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 김시형(39)씨. 김씨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한옥 스타벅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에 매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정문부터 가로막혔다. 도로변과 접해 있는 대문을 지나 한옥 본채와 마당이 있는 공간으로 진입하는 구조인데, 대문 입구 돌계단 턱이 너무 높아 휠체어로는 도저히 진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김씨는 다른 진입 방법을 찾았다. 매장을 둘러싸고 있는 벽을 따라 한 바퀴 정도 돌다가 주차장을 거쳐 마당까지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매장 이용이 또 다시 좌절됐다. 마당에서 한옥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모두 계단으로 되어있고 경사로는 하나도 없었던 것. 결국 김씨는 세계 최초의 한옥 스타벅스 매장을 코앞에 두고도 경험하지 못한 채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 인권 단체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권익옹호 팀장으로 활동 중인 김씨는 이 같은 경험을 스타벅스 측에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김씨를 더욱 실망시켰다.
“직접 결제할테니 경사로를 만들어달라”는 김씨의 요청에, 스타벅스 관계자는 “해당 매장 콘셉트가 한옥이라서 어쩔 수 없다. 다른 매장이 많으니 다른 곳을 이용해달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
이에 지역 장애인 단체들은 스타벅스가 장애인의 접근권을 무시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접근성보다 콘셉트가 우선하는 카페의 관행을 우리는 ‘차별’이라고 부른다. 문화재들도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수에 나서는데, 고택을 활용했기 때문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다는 이유는 핑계일 뿐”이라며 최근 발생한 차별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카페·음식점 등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의 접근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내용은 법령으로도 정해졌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익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신축하거나 증축하는 시설물의 바닥면적이 50㎡(약 15평) 이상인 건물이라면 장애인 편의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법의 허점이 있다. 해당 법이 시행된 2022년 5월 1일 전에 설치된 시설이거나, 시행 당시 이미 건축허가와 관련한 행정 절차가 진행중인 시설이라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1919년 준공한 ‘한옥 스타벅스’ 역시 휠체어 이용객을 배려한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다만 지역 사회 비난이 짙어지자 스타벅스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고객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개선하겠다”며 “건물주와 협의해 보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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