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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망하다니…" 한국 최초 워터파크 '부곡 하와이' 안타까운 근황

    입력 : 2022.12.11 09:55 | 수정 : 2022.12.11 15:44

    [땅집고] 국내 최초 워터파크인 경남 창녕군 '부곡하와이' 간판이 녹슨 채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헐, 어렸을 때 엄마 아빠 손 잡고 ‘부곡하와이’ 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렇게 망해버렸다니 왠지 마음이 아프네요ㅠㅠ.”

    국내 유명 워터파크라고 하면 경기 용인 ‘캐리비안 베이’나 강원 홍천 ‘오션월드’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최초 워터파크는 따로 있다. 바로 경남 창녕군에 있는 ‘부곡하와이’다.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해 봤거나, 적어도 이곳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땅집고] '부곡하와이'는 1990년대까지 가족여행지, 수학여행지,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다. /뉴시스

    부곡하와이는 1979년 개장한 국내 최초 종합 레저시설이다. 총 46만2000여㎡ 부지에 200여 객실을 갖춘 1급 관광호텔과 온천시설, 놀이동산, 실내·야외 수영장, 파도 풀장 등을 갖춰 당시 수도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고급 테마파크였다.

    부곡하와이는 창녕군 도천면 출신인 재일교포 사업가 고(故) 배종성 회장이 지었다. 재일교포 출신 재계 인사로 신격호 롯데 회장과 한국 섬유산업의 선구자로 꼽히는 서갑호 방림방적 회장 등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성공한 인물로 통한다. 1970년대 재일 한국인 본국투자협회가 결성한 이후 재일교포 기업인의 모국 진출 붐이 일자, 배 회장도 부곡하와이 테마파크 사업을 고안해 낸 것이다.

    [땅집고] '부곡하와이'는 연간 방문객이 25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다. /창녕군

    1980~1990년대는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일반적이지 않은 시기였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부곡하와이를 신혼여행지, 수학여행지, 가족여행지로 즐겨 찾았다. ‘가족의 달’인 5월이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처님오신날 등 공휴일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도 열렸다. 이곳이 유명했던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공권력으로 야간 영업을 금지하던 당시에 이 곳은 한밤 중에도 시간 제약 없이 고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돼 가능한 일이었다.

    부곡하와이는 연간 방문객이 200만~250만명 정도로 성업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테마파크 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종업원도 800명에 달해 창녕군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자산업으로 통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위기가 찾아왔다.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가 활동 관심이 커지자, 전국 곳곳에 자본력을 갖춘 대형 워터파크가 줄줄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 부곡하와이가 있는 경남권만 해도 양산 ‘통도환타지아’, 김해 ‘롯데워터파크’ 등 대형 레저시설이 문을 열면서 경쟁이 생겼다. 해외여행 자유화 탓도 컸다.

    입지와 시설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부곡하와이는 결국 적자로 경영난에 허덕이다 2017년 5월 29일 폐업을 선언했다. 개장 38년 만이다. 문을 닫기 직전인 2016년 입장객은 활황기 때와 비교해 10분의 1 토막 수준인 24만명까지 감소했다고 알려졌다.

    [땅집고] 올해로 폐업 5년이 넘은 '부곡하와이'. /연합뉴스

    [땅집고] '부곡하와이' 내 워터파크 시설은 물이 말라버린 채 방치돼있다. /연합뉴스

    올해로 부곡하와이가 문을 닫은 지 5년 6개월째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입구에 걸린 ‘어서오십시오’ 철제 간판부터 빨간 녹물로 뒤덮인 상태다. 수십만명이 이용하던 내부 시설 역시 녹이 슬거나 부서진 채로 방치돼 있다. 워터파크 시설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지역사회에선 부곡하와이를 인수해 다시 일으켜 세울 기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설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노후 시설을 전면 교체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돼 현재로선 선뜻 투자할 기업이 없다. 2020년부터 코로나19까지 확산한 데다, 현재 부동산 경기도 얼어붙어 문의조차 뚝 끊겼다는 것이 지역관광업계 전언이다.

    창녕군은 지역 애물단지로 전락한 부곡하와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종 스포츠 대회와 전지훈련팀을 유치하고 있다. 창녕군은 지난해 스포츠대회 7개를 부곡하와이에서 개최했고, 올 들어 2월까지는 검도대회, 초등연맹 태권도 선수권대회, 도로사이클대회 등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곡하와이 근황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렸을 때 부모님과 방문했었는데 정말 추억이다. 망해버린 모습을 보니 속상하고 아쉽다”, “어린 시절 부곡하와이 간다고 하면 어디 해외여행 가는 것보다도 더 행복했었는데, 낡고 버려진 시설들을 보니 짠하다”는 등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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