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08 07:52
[땅집고]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해지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6일 금융위원회는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내년 1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4%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례보금자리론’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가 시행해온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보금자리론에 통합하고 지원 대상군을 확대하는 상품이다. 누적된 금리 인상에 연말 기존 보금자리론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진데 대비한 조치다. 정부는 시중 은행보다 대출 한도를 높이고 이자 부담을 낮춘 특례보금자리론 운영을 통해 서민·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계획이다.
■ 4%대 고정금리에 최대 5억 대출…연봉 7000만원 소득조건도 폐지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정책대출 제도를 흡수·통합한 상품으로 기본 골격은 기존 적격대출과 가장 닮았다. 대출 기간이 최장 50년으로 길고,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 한도로 대출이 가능하다.
단, 적격대출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금리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최저 4%대(고정금리)로 단일금리 산정 체계를 적용한다. 기존 방식대로 MBS(주택저당증권) 발행금리와 유동화 비용 등을 감안한 적정금리에서 일정 수준 인하한 우대금리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적격대출 금리는 고정형과 변동금리를 선택할 수 있는데, 금리 수준이 4.55%~6.91%에 이른다. 고정금리로 운영하는 보금자리론도 현재 4.25%~4.55% 수준이다.
또 특례보금자리론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아 대출 한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적격대출은 차주의 모든 대출 원리금을 따지는 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보금자리론처럼 70%까지, DSR을 적용하지 않는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부채의 원리금을 따져야 하는 DSR과 달리, DTI는 주담대 원리금과 기타 대출에 대해선 이자만 계산하면 돼 DSR 적용 때보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비교하면 대출 한도, 소득요건, 주택가격 한도 모두 완화됐다. 기존 보금자리론은 최대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3억6000만원 이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며 소득조건도 연봉 7000만원 이하(부부합산)인 세대주로 제한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최대 9억 주택에 5억원 한도로 대출이 가능하며 소득조건이 없다.
안심전환대출처럼 기존 대출에서 갈아타려는 목적(대환 대출)이나 임차 보증금을 돌려주려는 목적으로도 이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정책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정책대출 상품으로 지난 9월 시행됐다. 시행 초기 주택가격 한도가 4억원 이하로 낮았고, 소득 요건도 까다롭게 적용되면서 수혜 계층이 많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안심전환대출은 대출 기간도 30년으로 제한되는데, 특례보금자리론은 대환대출과 보전용 대출, 신규 대출 모두 취급 가능하고 대출 기간이 최장 50년으로 긴 것도 특징이다.
단,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기간은 내년1월부터 1년으로 한시적이다. 이 기간동안에는 안심전환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은 중단한다.
아울러 정부는 금리 인상 등으로 높아진 고정금리 대환대출 수요를 고려해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향후 1년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을 만기보다 일찍 갚았을 때 내야 하는 돈이다.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때문에 고정금리 대환대출로 갈아타지 못하는 취약 차주를 배려한 대책이다. 수수료 면제 대상은 신용등급 하위 30%, 코리아크레딧뷰(KCB) 7등급 이하, 코로나19 프리워크아웃(단기 연체자 채무조정) 적용 차주 등 취약 계층이 될 전망이다.
■ 미국 금리 변동 따라 불리할 수도
유의할 점도 있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가 내년에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대환하는 경우엔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심전환대출은 금리가 3.8%에서 4%대로 특례보금자리론 4%대보다 금리가 최대 0.2%포인트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변동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급격한 상승은 미국 금리 인상에 기인한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안정기로 돌아서면 예전처럼 주담대 금리가 2~3%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고정금리로 50년까지 대출금을 갚는 조건이 차주에게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다. 기간이 늘어난 만큼 총 상환 이자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이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는 서민 주거가 안정된 이유는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할 때 고정금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며 “고정금리를 도입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4%는 무주택·실수요자에게 크게 저렴한 수준이 아닌데다, 1년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그쳐 서민 주거비 경감에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금리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도 실수요자의 대출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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