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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안돼 카드도 못써…불황에 고통받는 청년들

    입력 : 2022.12.06 11:18

    [땅집고]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으로 촉발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의 후폭풍이 거세다. 강원도의 레고랜드발 채무 불이행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지 한 달째, 실제 그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는 청년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채용 계획 취소'에 울상짓는 취준생

    국내 대형 건설사 채용 지원을 준비하던 A씨는 기업이 당초 예정했던 채용설명회를 취소하겠다는 소식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11월 1일 예정됐던 채용설명회 일정을 취소했다. 채용설명회 취소 배경이 기업 내부사정이라고 공지됐으나, 이는 레고랜드발 부도 사태로 불거진 자금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건설사 채용만 1년을 준비했는데 채용 설명회가 취소된 걸 보고 마음이 착잡해졌다"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서 건설사 사정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형 건설사가 휘청거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직이나 해외로 뜰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대기업이야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중견이나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일텐데 계속 건설사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레고랜드발 사태는 특히 건설업계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달 30일 경남지역 도급 순위 18위 종합건설 업체인 동원건설산업은 총 22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동원건설사업은 공사 금액의 대부분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마련해왔다. 올해 6월부터 금융기관 대출 심사가 엄격해지고 레고랜드 사태로 PF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사채까지 끌어쓰다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고 말았다.

    상황은 계속 악화할 전망이다. 미분양 속출에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자재 수급 불안이 맞물리면서 중소건설사들의 연쇄 부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와 구조조정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땅집고]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 시 제공되는 카드사 무이자 할부 혜택 내용.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난으로 카드사들은 최대 12개월까지 제공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3개월로 대폭 줄였다. /배민주 기자

    ■무이자 할부 대폭 축소…“카드 사용 겁나”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혜택이 대폭 축소되면서 불황을 체감했다는 청년들도 많다. 가전제품을 카드 할부로 구입하려던 B씨는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혜택이 대폭 줄어든 사실을 보고 놀랐다. 최대 12개월까지 제공되던 무이자할부가 3개월로 줄어든 것을 본 B씨는 결국 지갑을 닫았다. B씨는 "카드사가 무이자 할부를 줄인 걸 보고 불황이라는 걸 피부로 실감했다"며 "오래된 냉장고랑 세탁기를 큰맘 먹고 바꾸려고 했는데 3개월 안에 나눠낼 자신이 없어서 구매 결정을 취소했다. 안 그래도 물가가 올라서 힘든데 할부 혜택까지 줄어드니 삶이 더 팍팍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국내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기간을 단축하고 프로모션을 멈추면서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다. 카드 리볼빙 수수료도 상승했다. 신용카드 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결제 금액은 다음 달로 이월하는 제도인 리볼빙은 주로 당장 카드 값을 갚을 여력이 안 되는 취약층이 이용한다.

    앞서 리볼빙 이자가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달하자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리볼빙 수수료를 낮췄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리자 리볼빙 수수료율을 다시 인상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혜택 축소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차 계약도 줄줄이 '취소'

    신차 계약 취소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말 새 차를 계약했던 C씨는 올해 이자가 가파르게 오르는 걸 보고 결국 계약을 취소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연 10%대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한 달 이자만 수십만원에 달하자 부담을 느끼고 고민 끝에 계약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C씨는 "작년 말만 해도 36개월 기준으로 연 2~3% 정도였던 신차 할부 금리가 지금은 연 7~8%까지 오른 걸 보고 놀랐다. 결혼자금으로 돈을 많이 썼는데 여기다 차까지 바꾸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계약을 취소했다"고 부담감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자동차 할부 금리가 연초 대비 3~4배 급격하게 오르면서 신차 계약이 잇달아 취소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해소되지 않아 신차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할부 금리까지 급격하게 오르면서 자동차 소비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차를 구입할 때 최대 1억원까지 카드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 할부 금리는 연초 2%대에서 현재 7~10% 수준으로 높아졌다. 자동차 할부 금리는 통상 계약 시점이 아닌 출고 당시 고정 금리로 정해지는데,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신차를 계약한 소비자가 지금 차량을 받는다면 이자 부담이 3~4배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 추가 지원방안 세웠지만 효과는 ‘아직’

    청년들의 고통은 장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PF위기가 현실화하는 등 공사 중단에 따른 건설사의 부도가 협력업체 피해와 연쇄 파산으로 이어지고, 공동 도급으로 진행될 경우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 돈줄이 묶인 관련 업계들은 불가피하게 채용 규모를 줄이고, 이는 자연스레 구직난과 경기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정부는 증권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매입을 개시하는 한편, 내년 2월 시행할 예정이었던 5조원 규모의 미분양 부동산PF 대출 보증을 한 달 앞당겨 시행했다. 아울러 건설업 관련 비우량 회사채, A2등급 기업어음(CP) 등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CP금리가 연 5% 후반까지 오른 상황에서 시장이 체감할 만한 채권시장안정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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