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05 13:53 | 수정 : 2022.12.05 13:58
[땅집고] 재건축 추진위원회 출범 이후 19년 만에 서울시 도시정비계획 심의를 통과한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내홍을 겪고 있다.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며 속도를 낼 참인데,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 격이 됐다.
발단은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문제로 시작됐다.
발단은 은마아파트 지하를 지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문제로 시작됐다.
■원희룡까지 등판하며 은마 갈등 점입가경…추진위 “끝까지 간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GTX-C 노선이 마아파트 지하 대심도를 지나가는 설계에 반대한다’며 지난달 12일부터 강경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대상은 GTX-C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이다.
은마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르고 매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수의 한남동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주말에도 시위는 계속된다.
GTX-C노선은 경기 양주시 덕정역과 수원시 수원역 사이 74.2km를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문제가 된 건 양재역을 지나 삼성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주요 정차역인 양재역과 삼성역 사이 은마아파트 지점에서는 지하 약 50m를 관통한다.
현대건설측은 처음엔 추진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추진위의 시위 양상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추진위와의 ‘손절’을 택한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추진위에서 요청한 우회안을 설계ㆍ검토한 뒤 자료를 국토부에 제공하는 등 노력을 이어갔으나, 추진위와의 잡음이 계속되면서 우회안을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진위 측은 아파트가 노후화 돼 지하 50m를 뚫는 것도 안전하지 않다며 우회로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추진위의 주장에 상당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 근거로 서울지하철의 평균 심도는 30m 정도인데 반해, GTX-C 노선은 40m 지하를 관통한다는 점을 제시한다. 특히 은마아파트를 지나는 지하 구간 깊이는 60m에 이르기 때문에 지반 침하에 대한 추진위의 우려는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갈등이 지속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추진위를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원 장관은 지난달 열린 GTX-C 노선 은마아파트 간담회에서 “GTX-C 관련 안전문제는 국토부가 책임지겠다”며 “추진위가 근거 없는 주장으로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면 사법 조치를 불사하겠다”고 했다. 특히 원 장관은 이날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최모 위원장을 겨냥해 ‘한 세대의 1만분의 1밖에 안 되는 지분을 가진 분’이라며 자격성 논란을 제기했다. 최 위원장이 시아버지 소유 은마아파트 한 채의 1만분의 1 지분만 갖고 있을 뿐인데, 이런 소규모 지분으로 4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원 장관의 발언 일주일 후 국토부는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서울시와 손잡고 추진위에 대한 합동 행정조사에 착수한 것. 국토부와 서울시는 추진위 운영의 적법성, 장기수선충당금 유용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이는 추진위 설립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 교체·보수에 대비하기 위해 소유자로부터 징수해 적립하는 특별 관리비다. 외관 도색과 옥상 방수페인트 공사비를 비롯해 지하실 쓰레기 처리 비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압박에도 추진위는 굴하지 않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 위원장은 “사실 집회를 장기화할 생각이 없었지만, 현대건설이 우회할 의지도 없이 시간 끌기만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수년 동안이라도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현대 측이 제기한 집회 중지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질 경우에는 릴레이 1인 시위와 차량 시위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서울시 전방위 압박에 추진위 내분
국토부와 서울시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를 대상으로 전방위 압박에 나서자 주민들 사이에서도 여론이 갈리고 있다. 현재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민심을 세 갈래로 나뉘고 있다. GTX-C 관통을 반대하는 추진위파, GTX-C 관통을 반대하는 반(反)추진위파, GTX-C 관통 찬성파 등이다. 우선 최 위원장을 필두로 한 추진위 쪽 주민이 가장 많다. 이들은 최 위원장과 함께 끝까지 GTX-C 관통을 반대하고 우회안을 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GTX-C 관통을 반대하지만, 추진위에 반기를 드는 반대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은소협’(은마소유자협회)으로 불리는 비대위로, 이들은 최 추진위원장과의 결별하고 국토부나 현대건설과 원만한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머지 한 축은 아무 곳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이다. 주로 해외나 지방 집주인들로 구성된 이들은 대세에 따라가겠다는 입장인데, 최근 기류가 바뀌면서 GTX 관통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마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면서 관통안이라도 수용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관통은 싫지만, 그래도 재건축 속도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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