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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도 알짜 입지도 "그냥 안 지을래"…정비사업 비상

    입력 : 2022.12.05 07:31 | 수정 : 2022.12.05 07:33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조감도. /신당8구역 조합 홈페이지

    [땅집고] "예정 공사비보다 더 저렴하게 하겠다더니…정작 입찰을 안하네요."

    건설현장 원자재 값이 치솟으면서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한파로 시장은 얼어붙었고, 고금리에 따른 자금시장 악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위축된 건설업계에 최근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업계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기업들은 수주 잔고를 늘리기 보다 기존 현장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재건축, 재개발 조합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몇달 전 현장설명회 개최 당시만 해도 "우리가 하겠다"며 줄을 서던 기업들이 정작 본입찰에는 나서지 않으면서 공사비를 다시 올려야 할지 고민에 빠진 곳도 있다.

    신당8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중구 신당4동 321번지 일대 모습. /김서경 기자

    ■공사비도 올렸는데…시공사 선정 유찰 잇따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당8구역 재개발조합은 이달 초 시공사 선정 재입찰 공고를 냈다. 지난 9월 공고를 냈지만, 포스코건설 1곳만 참여했기 때문이다. 현장설명회 때만 하더라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비리를 막기 위해 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단독 입찰은 유찰로 본다.

    신당8구역은 서울 중구 신당4동 321번지 일대 5만8439㎡에 지하 4층~지상 28층, 아파트 1215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총 공사비는 3752억원으로, 3.3㎡당 공사비는 약 650만원이다. 조합은 2019년 초 공사비를 535만원으로 책정했지만,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올해 8월 650만원으로 올린 뒤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재입찰 마감일은 내년 1월 초다.

    이 일대는 지하철 5, 6호선이 지나는 청구역 3번 출구에 붙어 있다. 광화문, 강남역 일대까지 지하철로 10여분이 소요돼 직주근접 입지로 평가받는다. 또한 단지 대부분이 청구초등학교에 맞닿아 있어 ‘초품아’ 입지를 갖췄는데도 공사를 하겠다고 손들고 나오는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신당8구역 조합장은 “공사비 책정 당시 이 보다 높은 가격으로 정할 수 있었지만, 건설사들의 참여 의지가 워낙 강해서 조합의 부담을 키울 필요가 없었다”며 “헌데 건설업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우리 조합을 비롯해 유찰되는 사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전경. /카카오로드뷰

    영등포구 남성아파트는 공사비를 올리고도, 1년 넘게 시공사 선정을 하지 못했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11월 시공사 선정 공고를 냈으나 유찰됐다. 이들은 기존 1050억원이던 공사비를 1260억원으로 상향해 재입찰에 도전했지만, 유찰을 거듭했다. 결국 이들은 올해 9월 1440억원으로 공사비를 다시 올렸다. 1년간 사업비만 총 37% 뛴 것이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이 기간동안 입찰보증금을 9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내렸다. 보증금이 총 공사비의 3.5%에 불과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입찰보증금이 전체 공사비의 10% 수준에서 정해지는 점에 비춰보면 늘어나야 하지만,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증금을 낮추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합은 내년 1월 중순 다시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한다. 이 아파트는 지하철 1, 2호선 신도림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으며, 도림천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강남권 우량 입지도 찬밥 신세…전문가 “당분간 수주 기피 이어질 것”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226세대를 406세대로 탈바꿈시키는 송파구 ‘가락상아1차’ 아파트는 시공사 선정을 위해 올해 두번 공고를 냈으나 두 차례 모두 GS가 단독입찰하면서 선정이 무산됐다. 조합에 따르면 2차 설명회 당시 총 3개 건설사가 관심을 표했으나, GS건설만 입찰에 응했다. 조합은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 위해 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 아파트는 5호선 개롱역 1, 2번 출구에 맞닿아 있다. 또한 개롱초와 보인중ㆍ고등학교, 송파도서관, 오금오름공원을 도보 5분 거리에 두고 있어 역세권과 학세권, 공세권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입지적 장점을 두루 갖췄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재건축, 재개발 시장도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조합이 건설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입찰 보증금을 줄이거나, 보증보험 증서납부 등을 내걸고 있지만 시공사 입장에서는 똑같이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당분간은 건설사들이 무리해서 사업을 수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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