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파트는 좀…" 고향 충청에서도 외면 받는 계룡건설

[땅집고]”설계가 별로인데, 충청권 아파트에는 다 계룡건설산업이 껴있네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건설사인 계룡건설산업이 지역사회로부터 미운털이 박히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계룡건설산업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시평)에서 충청권 1위, 전국 단위로도19위에 이름을 올린 중견 건설사다. 주로 아파트 건설과 대형 공공 건축물이나 인프라 건설을 주력으로 하고 2002년 민영화된 고속도로관리공단을 인수해 KR산업으로 명칭을 변경한 뒤 고속도로 휴게소 유지관리 사업 등을 병행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은 특히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 충청권 대부분의 택지개발지구에 진출했으며, 자체 브랜드 ‘리슈빌’이나 ‘엘리프’는 대전이나 세종에서 인지도가 높다.

그런데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충청권에서 계룡건설산업에 대한 비호감이 확산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 아파트 구조 설계가 꼽힌다. 지역 주민들은 “다수의 단지가 계룡건설산업을 거치지만, 다른 건설사에 비해 좁고 답답한 설계 때문에 선호도가 높진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계룡건설산업이 규모는 크지만, 토목 쪽이 강하고 주택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계룡이 내놓는 분양 단지 대부분은 같은 평형이더라도 다른 건설사에서 시공한 아파트보다 실평수는 작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대부분의 단지가 발코니 확장 면적을 포함하지만, 계룡건설산업 단지는 확장 면적을 포함해도 실평수가 작다는 설명이다. 계룡건설산업이 시공한 대전 단지 내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계룡건설산업이 시공한 단지는 수납공간을 많이 넣다 보니 세탁실 같은 부분이 협소하게 느껴진다는 평가는 나온다”고 했다.

세종시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세종시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세종에도 4생활권이 조치원 등 계룡건설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거나 자체 사업으로 나선 단지가 몇 군데 있는데, 평면 등에 대한 불만이 있다”며 “계룡건설산업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시장 반응이 썩 좋지는 않다”고 했다.

올해 3월 세종시 산울동 M4블록에 분양한 ‘엘리프세종 6-3’ 공공분양 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총 1035가구 가운데 분양물량은 공공 560가구, 신혼희망타운 316가구다.

이 중 공공분양 주택타입은 전용 74㎡와 84㎡로, 모두 침실 3개로 구성돼 있다. 통상 이 정도 면적이라면 3~4베이 판상형으로 설계하지만, ‘엘리프세종 6-3’ 공공분양 아파트는 판상형은 전무하다. 대신 채광·통풍·환기성이 비교적 낮은 타워형 구조다. 수요자 선호도를 고려하면 보기 드문 설계다. 그나마 84㎡는 거실 2면에 창문을 냈지만, 74㎡는 거실 창이 하나여서 선호도가 떨어진다.

이달 대전 분양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갑천2 트리풀시티엘리프’도 구조 설계가 논란이 됐다. 공공분양인데도 전용 84㎡~122㎡ 중대형 평수로만 구성한데다, 실평수가 좁고 일부 타입은 조망권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용 119㎡D 타입은 다른 타입이 4베이인 것과 달리 2베이인 데다가 제일 안쪽 동에 배치돼 조망권을 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룡건설산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계룡건설산업 관계자는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공기업이 설계하고 단순 시공만 하는 임대사업 시공을 많이 한다”며 “어느 주택을 보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내부 설계에 대한 만족도가 다를 수 있다. 이건 어떤 시공사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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