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02 13:32 | 수정 : 2022.12.02 15:24
[발품 리포트] “이러다 분양가 이하로 떨어질라” 일산·운정신도시에 무슨 일이…
[땅집고] “20억원이요? 꿈 같은 소리였죠. 분양가 이하로 내려갈까 무섭습니다.”
지난 1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정차역인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역 공사장 앞. 자재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며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 주변으로 킨텍스 전시장과 현대백화점이 들어섰고 고층 아파트 단지가 역을 빙 둘러싸고 있었다. 최고 49층 6개동 1100가구로 이 일대에선 대표 아파트로 꼽히는 ‘킨텍스 꿈에그린’을 비롯해 ‘킨텍스원시티1·2·3블록’, ‘힐스테이트킨텍스레이크뷰’ 등이 위용을 드러냈다.
1기 신도시인 일산은 지상 15~20층 규모 노후 아파트가 많다. 하지만 킨텍스 전시장이 있는 대화·장항동 일대는 최고 49층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여럿 있다. 마치 신도시 안의 신도시처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지난 3년간 이 일대에는 GTX 킨텍스역을 비롯해 원마운트, 현대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등의 인프라를 끼고 아파트가 들어섰고, GTX 공사가 시작되면서 일산에서 유일하게 집값이 고공행진하기도 했다. ‘킨텍스 꿈에그린’ 84㎡(이하 전용면적)는 지난해 14억7000만원에 팔리며 15억원을 넘봤다. GTX 역이 개통하면 20억원까지도 거뜬하다는 장밋빛 예측이 뒤따랐다.
하지만, 최근 일산 주민들 사이에서 “20억원은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였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이 단지 84㎡는 실거래 가격이 최고가에서 4억원 이상 하락해 지난 9월 10억6000만원에 팔렸다. 2020년 10월 실거래가인 11억원으로, 2년 전 수준으로 집값이 회귀한 것이다. 이 일대 주민들은 “분양가인 5억원 수준으로 내려갈까봐 무섭다”고 했다.
■ “‘킨텍스 꿈에그린’ 20억원? 꿈이었다”…1년 새 4억 폭락
GTX-A노선은 파주 운정역에서 출발해 서울 강남구 삼성역을 거쳐 화성시 동탄역까지 총 83.3㎞를 잇는다. 현재 GTX노선 중 유일하게 공사 중이다. 삼성~동탄 구간은 2023년 12월, 운정~삼성 구간은 2024년 6월 개통 예정이다.
하지만 일산과 파주 GTX 역세권 아파트 가격은 개통이 가까워질수록 크게 하락하고 있다. 철도 호재는 발표부터 착공, 개통까지 시기별로 인근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GTX 킨텍스역(예정) 인근에 있는 다른 신축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킨텍스역 인근 ‘힐스테이트킨텍스레이크뷰’ 84㎡는 올해 3월 12억1000만원에 팔린 이후 거래가 뚝 끊겼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는 호가가 9억원인 매물이 나와있다. GTX역이 가장 가까워 지난해 10월 17억원 신고가에 거래됐던 ‘킨텍스원시티1블록’ 84㎡는 올해 14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호가가 13억원까지 하락했다.
GTX 종점역인 파주 운정신도시 운정역(예정) 역세권 단지들은 더 심각하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파주 운정역 역세권 단지가 될 파주시 동패동 ‘운정 아이파크’ 84㎡가 6억2800만원에 거래됐다. 올 초 9억4000만원에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3억원 이상 하락했고 2020년 9월 첫 거래된 6억7972만원보다 낮다. 입주 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실거래가와 시세가 형성된 것이다. 이 단지 북측에 맞붙은 ‘힐스테이트 운정’ 같은 주택형도 지난 10월 6억3000만원에 거래돼 올 초보다 2억원 하락했다. 두 단지 모두 지난해까지는 30평대 기준 최고 실거래 가격이 9억원대 후반으로 ‘10억 클럽’ 진입을 앞에 두고 있었다.
■ “지금이라도 팔아?” vs. “GTX 개통까지 기다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운정신도시 집값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글이 적잖다. “올 상반기까지는 집값이 하락했어도 분양가보다 높았고, 신고가가 정상 가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 불안감이 없었지만, 최근 가격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자칫 분양가보다 낮아질까봐 불안감이 느껴진다”, “1년 새 9억원에서 6억원이 하락했는데, 남은 몇 년간 분양가인 3억원대로 하락하지 말란 법은 없다”, “지금이라도 털고 나가고 싶다” 같은 글이 올라왔다.
운정신도시는 1·2지구에 6만4000여 가구 입주가 마무리됐고, 3지구에 내년부터 약 3만9000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할 예정이다. 입주가 본격화하는 내후년쯤에는 운정을 비롯한 일산신도시 기존 아파트 가격도 흔들릴 수 있다. 여기에 서울이 더 가까운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에도 입주자 모집이 시작됐다. 올해부터 고양 덕은지구에도 대규모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다. 앞으로 약 5년간 GTX 역 인근으로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이뤄지는 셈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철도 호재는 개발 계획 발표, 착공, 완공에 따라 인근 집값이 크게 움직이는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 호재 영향을 크게 받지 못하게 된다”며 “당분간 경기가 좋지 않고 공급도 많기 때문에 대출금 부담이 크거나 장기 거주 계획이 없었던 집주인은 매도를 고려할만하다”고 했다. /일산(고양)=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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