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01 07:24 | 수정 : 2022.12.01 11:58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집단 전세사기 피해 여진이 거세다. 사건 발생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사태 수습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가 새 주인이 나타나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피해자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땅집고가 미추홀구 집단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그 후] ④정부, 대책 쏟아냈지만…피해자 “실제 도움은 안돼”
[미추홀구 전세사기 그 후] ④정부, 대책 쏟아냈지만…피해자 “실제 도움은 안돼”
[땅집고]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수천명에 피해액도 수천억원에 달하는데, 정부의 피해 대책 담당 인력은 고작 15명이라구요? 그러니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서울·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9월, 11월 두차례나 대책을 내놨지만 예방책 수준에 그쳐 피해를 본 세입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확산 속도를 정부 대책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정책 목표인 전세사기 근절은 결국 구두선에 머물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높다.
■정부, 9월과 11월 전세사기 대책 내놨지만…“실효성 없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른바 전세사기ㆍ깡통전세 사고가 확산하면서 정부는 지난 9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9월1일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을 통해 전세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의 해당 주택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금지하고, 계약 전 집주인은 체납세금 등 우선변제사항을 임차인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는 1억6000만원까지 저리 긴급대출을 제공하고 최장 6개월까지 시세의 30% 수준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시거처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11월22일에는 국토부와 법무부가 합동으로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방지를 위한 임대차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전셋집 계약 전에 세입자는 선순위 보증금과 집주인에게 체납 세금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법에 못 박겠다는 내용이다.
임차인이 계약 당일 확정일자를 받아도 법적 효력은 ‘다음 날’ 발생한다는 법률상 허점을 악용해 집주인이 전세계약 직후 집을 팔아버리거나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는 것을 막고, 집주인이 계약 기간에 임의로 관리비를 증액하는 것도 방지하는 조치도 생겼다.
정부는 내년 1월 2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세사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임차인의 정보부족으로 보고, 관련 법안을 신속히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 “진짜 도움 안돼…담당 인력부터 늘려야”
정부가 석달새 두 차례나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이미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로부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그나마 정부가 9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해 내놓은 ▲저리의 긴급대출 ▲임시거처 지원 등은 피해자들이 원하는 구제안에 가깝지만, 석 달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다. 긴급대출 지원은 주요 은행과 협의한다고 했을뿐 아직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임시거처 지원 실적도 현재까지 고작 4건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지원이 안되는 이유로 전담 부서 인력이 너무 부족해 대응이 늦고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0월 보증사고로 인한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만 총 1087억원(501가구)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토부나 HUG 담당 인력은 전부 합쳐도 15명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운영 중인 전세사기피해센터도 전국에 딱 한 곳, 서울 강서구에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부 전문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피해자 대상으로 저리 금리를 지원하는 방안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나 주요 은행과, 임시거처를 지원하는 방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과 손잡는다면 부담이 훨씬 줄고 지원도 원활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전세사기 행각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는 일벌백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관련 법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거래와 사기 수법도 많아진 만큼 거래를 주도하는 공인중개사에게 리스크를 진단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조율할 수 있는 좀 더 전문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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