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30 14:13 | 수정 : 2022.12.07 14:39
[발품 리포트] 규제도 풀렸는데…맥 못추는 화성 동탄신도시 집값
[땅집고]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현재 부동산 온라인 중개사이트에 등록된 매물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 질타를 받기 때문에 (포털사이트에) 올리지는 못하죠. 저가 거래 같은 경우 '증여 거래'라고 입막음을 하기도 합니다.”(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A씨)
경기 화성시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1442가구·2015년 입주)은 SRT 동탄역이 가깝고 주변에 학원가, 백화점, 학교 등 생활편의시설이 있어 시세를 견인하는 단지로 꼽힌다. 지난 18일 이 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가 5억2000만원에 거래돼 눈길을 끌었다. 동일 주택형이 지난해 8월 11억원에 팔린 것에 비해 반값 이하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이 거래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주택은 올 초 전세금이 4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번 거래는 부모가 시세인 5억2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을 뺀 7000만원에 자녀가 매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아직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주말에 같은 주택형이 7억15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미루어 정상거래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해당 거래가 실제 증여가 아니라 정상 거래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소문이 나면 시세 하락이 기정사실화한다”며 “집값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입주민이 일부러 증여 거래라고 소문을 내기도 한다”고 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속절없이 추락했던 화성 동탄신도시 집값이 지난 14일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이후에도 맥을 못추고 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전고가 대비 3억~4억원씩 떨어진 금액에 거래된 사례를 보고 급매를 찾는 매수 대기자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규제지역 해제 이후에도 동탄 집값 하락세
동탄신도시는 삼성전자산업단지 배후 주거지다. 지역 핵심 교통망인 SRT 동탄역에 서울을 직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추가로 개통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지난해 이 일대 아파트 84㎡가 15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집값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최근 전고가 대비 반값에 거래된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외에도 현재 동탄신도시 전체 집값에 빨간불이 켜졌다. 화성삼성공장의 직주근접 단지로 꼽히는 ‘동탄역더샵센트럴시티2차’는 74㎡가 지난해 7월 8억6000만원에 최고가를 찍었는데 규제 해제 발표 이후 3건이 모두 5억3500만~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동탄역롯데캐슬알바트로스’,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8.0’, ‘동탄역시범호반써밋’도 규제 해제 이후 3억~4억원 떨어지며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급매 잡으러 급매 내놓는다…“집값 방어 지지선 무너질 것”
규제지역에서 풀리면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 매도세가 강해져 급매물이 늘고,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동탄역우남퍼스트빌 인근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규제가 해제된 이후 열흘 간은 매수·매도 문의 전화가 계속왔다”며 “그 사이 59㎡ 기준 7억원 미만이거나 84㎡ 기준 10억원 미만의 급매물은 소진됐고 급매가 소진된 이후 원하는 금액대 매물을 찾지 못하는 매수자들이 더 저렴한 매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집주인들이 상급지 급매물이 소진되기 전에 기존 집을 싼값에 처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더샵센트럴시티의 경우 규제해제 이후 거래된 6건 모두 특수 거래가 아닌 정상 거래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탄신도시 공인중개사 C씨는 “동탄2신도시 시세를 견인하는 아파트로 꼽히는 우남퍼스트빌에 나와 있는 급매물을 매입하려고 최근 이 단지에서 급매로 처분한 집주인이 있다”며 “마찬가지로 최근 평택, 천안, 화성시 일대에 거주하면서 동탄신도시를 눈여겨보던 예비 신혼부부나 투자자들이 최근 급매물을 매입했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탄신도시 일대 아파트값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통상 매매가가 하락해도 전세금이 집값을 방어하는데 동탄신도시는 공급 과잉으로 전세금마저 동반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고점대비 전세금이 하락한 만큼 ‘매매가와 전세금 차이’인 갭이 벌어지면서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돼 새 세입자를 맞는 집주인의 경우 자금부담이 커진다”며 “이 때 돈없는 집주인이 급하게 팔면서 집값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채상욱 업라이즈부동산 애널리스트는 “동탄은 입주 과다로 전세가율이 유독 낮았고, 고소득 직군이 밀집한 만큼 상대적으로 역전세 우려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탄(화성)=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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