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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노출돼 죽으라고?!"…오도 가도 못하는 데이터센터

    입력 : 2022.11.29 07:46 | 수정 : 2022.11.29 13:46

    [땅집고]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효성아파트' 외벽에 인근 '호계GDC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내용의 빨간 현수막이 붙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주민 안전 위협하고 일조권 해치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당장 취소해주세요!”, “아파트와 학교가 몰려있는 주거 밀집지에 특고압선을 매설한다니, 주민들은 전자파 먹고 살라는 겁니까? 결사 반대입니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 신종 혐오시설로 떠오른 건물이 있다. 바로 ‘데이터센터’(Data Center)이다.

    데이터센터란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 장비를 비롯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인 스토리지 등을 탑재한 건물로, 기업의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핵심 인프라로 정의할 수 있다. 올해 10월 ‘카카오 먹통사태’를 계기로 기업마다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센터 확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냉각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PF대출 승인이 활발한 분야가 데이터센터 개발 사업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퍼질 때마다 지역 주민들과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미 착공한 사업마저도 난항을 겪는 일이 적지 않다. 데이터센터가 지역에 할당된 전기량을 많이 소비하는데다, 무엇보다 센터에서 엄청난 전자파가 발생하면서 암 유발 등 건강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큰 탓이다. 특히 주거 밀집지인 수도권일수록 데이터센터 개발 현장마다 집단 시위 등 심각한 잡음이 터지고 있어 갈등 봉합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동네 데이터센터 절대 안돼”…안양·용인·김포·시흥 등 곳곳서 집단 반발

    [땅집고] 경기 안양시 평촌 일대 주민들이 관양동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초고압선 매설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크게 반대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수도권에서는 경기 안양시가 데이터센터 반대에 가장 적극적이다. LG유플러스가 동안구 관양동에 지하 3층~지상 9층, 연면적 4만450㎡로 축구장 6개 규모에 달하는 데이터센터를 2023년까지 설립하기로 하면서, 센터에 14만4000볼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서안양변전소와 연결하는 초고압선을 평촌 일대에 매립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평촌 주민들은 “고압선이 안양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 지역 전역에 전자파가 발생하면서, 안양시민들이24시간 동안 엄청난 양의 발암물질에 노출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고압선 매설구간 끝자락인 ‘평촌더샵센트럴시티’ 아파트 후문에서 집단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근 호계동에선 효성중공업의 자회사인 에브리쇼가 ‘효성아파트’ 바로 옆 부지에 18층 높이인 ‘호계GDC데이터센터’를 건립하면서 논란이 됐다. 주민들은 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소음·오염물질을 문제 삼고 있으며, 일조권과 조망권까지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아파트 외벽에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빨간 현수막을 붙여뒀다.

    [땅집고] 경기 용인시 죽전동에선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주민들의 집단 시위가 벌어졌다. /죽전시민연대

    용인시 죽전동에선 퍼시픽자산운용이 올해 3월 착공한 지하 4층~지상 4층, 연면적 9만9074㎡ 규모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센터가 고등학교 바로 앞인 데다 반경 500m 안에 ‘죽전GS자이’·‘광명샤인빌1차’ 등 아파트 밀집지에 조성돼서다. 또 송전선로가 죽전변전소에서 센터까지 2.9km 구간에 지하 1.2m여 깊이로 매설되는데, 선로를 따라 유해 전자파가 퍼질까봐 우려하는 주민들이 ‘죽전시민연대’를 결성하고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밖에 김포시 구래동, 시흥시 배곧신도시 등 지역에서도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등장했다.

    ■데이터센터 전자파 유해성 ‘미미’…지역 사회와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

    문제는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다. 관련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은 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건강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센터에 전자파 차단 설비가 여러 겹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센터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노트북 수준에 그친다는 것.

    [땅집고] 지역 사회의 걱정과는 달리, 각 지역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실제로 전파 분야 민간연구소인 미래전자공학연구소는 2018년 강원 춘천시 소재 네이버의 대형 데이터센터 ‘각’ 인근 15개 지역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평균치가 0.16밀리가우스(mG)로 일반 전자레인지(19.79mG)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1%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일반 가정에서 측정되는 전자파 평균(0.6mG)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또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인 LG유플러스의 안양시 평촌 소재 ‘메가센터’에서 발생한 전자파 역시 인체보호기준(833mG)의 1%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 유충현 주무관은 “전자파는 거리가 30cm 떨어질 때마다 그 위력이 10배 가량 줄어든다. 일반인이 데이터센터 안에 들어갈 일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파 발생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놨다.

    데이터센터로 주민들 민원이 빗발치자 안양시 동안구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산하기관인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전자파를 발암 발생 등급 분류표 중 2B그룹으로 분류했다. 통상 사람에게는 증거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에서도 발암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얘기”라며 “이는 절인채소, 젓갈 등과 동일한 등급”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땅집고] 안양시의회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건립 및 초고압선 매설 사업 관련 시민들의 반대 의견. /안양시의회

    그럼에도 데이터센터 시행·시공사 입장에선 건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주민들이 지자체에 집단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 지역 사회 눈치를 보는 지자체가 사업장에 추가적인 실태조사를 요청하거나 더 나아가 공사 중단 등 명령을 내리면서 공기가 연장되고 사업비가 증가할 수 있어서다.

    한 전문가는 “수도권 기업마다 데이터센터 확보가 매우 절실하지만, 심각한 주민 반대가 사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바람에 아예 인적이 드문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부지를 알아봐야 하는 분위기”라며 “적극적인 공청회나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가 유해하지 않다고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보상 등 문제로 금액을 또 써야 한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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