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29 07:39 | 수정 : 2022.11.29 10:30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집단 전세사기 피해 여진이 거세다. 사건 발생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사태 수습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가 새 주인이 나타나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피해자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땅집고가 미추홀구 집단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그 후] ②피해자 도울 지원센터 전국에 달랑 1곳…도움 기다리다 지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그 후] ②피해자 도울 지원센터 전국에 달랑 1곳…도움 기다리다 지친다
[땅집고] 부동산 시장 침체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세사기 사건이 속출하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하나가 ‘전세피해지원센터 설립’이다. 하지만 땅집고 취재 결과, 전세피해지원센터가 제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피해지원센터는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으로 법률 상담·긴급 주거 제공·대출 등 원스톱(one-stop)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목표로 올해 9월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열었다.
이 센터는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사실상 서울 외 지역에서는 상담받기가 쉽지 않다. 피해자가 임시로 지낼 거처를 마련해 주는 임시거처 지원 건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센터가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센터를 늘리거나 지자체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세피해지원센터 서울에만 달랑 1곳 설립
센터에는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직원 등 10여 명이 상주하면서 무료 법률 상담을 제공하고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한다. HUG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으로 지금까지 1548건 상담이 이뤄졌다. 임시거처 지원 건수는 총 4건에 불과하다. 임시거처는 전세사기로 갑작스레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피해자 중 자격요건을 갖추면 임시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HUG에서 관리 중 전세사고가 난 주택이 대부분이다.
센터 측은 “방문 상담이 많기는 한데 콜센터 운영으로 전화 상담도 가능해 전국을 아우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전화로 복잡한 법률 자문을 구한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아파트 2개 동이 전부 법원 경매로 넘어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센터가 개소하자마자 찾아가 상담받았으나,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센터 방문 상담 이후 집주인 상대로 반환소송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전부다.
A씨는 시급한 대출 연장이나 긴급 주거 지원 관련 상담은 받지 못했다. 긴급주거지원은 서울에 직장이 있거나 거주지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대출 상담도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이유로 진척이 없다고 했다. A씨는 “경매가 끝나면 집에서 쫓겨나고, 대출 만기가 되면 신용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데 구제안이 전혀 없다”며 “집주인이 대놓고 사기를 친 상황에서도 도움을 받을 전담 부처가 없다는 것이 가장 답답하다”고 말했다.
■“센터 추가 설치 어려우면 지자체 권한 강화해야”
정부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자 지자체들이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빠듯한 인력과 예산으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가 대표적이다. 미추홀구는 최근 400억원대 전세사기 TF팀을 꾸리고 피해자 법률 상담 등 지원에 나섰다. 다음달 15일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 지원을 받아 전문 변호사들이 8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법률적 자문이나 보증금반환소송 등 개인별 상황에 맞는 대처 방안을 알려주고 소송을 진행한다.
하지만 피해자 불만은 여전하다. 2회차까지 상담을 받은 피해자는 100여 명에 불과하다. 상담을 기다리는 피해자들은 “예상 피해자만 1000가구에 달하는데 지금 이 속도로 몇 명이나 상담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자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미추홀구도 “HUG나 국토부에 피해자가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을 요청했다”면서 “구청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했다. 현재 미추홀구에 접수되는 전세사기 피해는 하루 평균 66가구에 달한다.
허종식 의원(민주당·인천 동구미추홀구갑) 등이 나서서 미추홀구에 인천권역 전세피해지원센터 설치를 요청하고 있으나, 지지부진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강서구 센터 운영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향후 지역별 피해 현황이나 수요를 보면서 다음 센터 개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예산 문제 때문에 지역별 센터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안으로 지자체 권한이라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진형 경인교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센터 한 곳으로 전국을 담당한다는 말은 그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며 “차라리 서울처럼 지자체별로 상담소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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