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28 07:00
[땅집고] “언제 집이 무너질 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앞집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이후 우리 빌라에 균열이 가고 기울었어요. 건축주는 보상은 커녕 연락 두절입니다. 시청에서는 가해 건물주가 배를 쨌으니, 피해자인 우리더러 건물 보강 공사를 진행하라며 안전 관리 책임을 떠넘기네요.”
지난 22일 경기 광주시 신현동에 있는 A다세대주택. 지상 4층 총 24개 동에 200가구 규모로 2017년부터 입주했다. 그런데 언뜻봐도 신축 빌라같지가 않다. 아스팔트 바닥은 군데군데 금이 갔고 울퉁불퉁했다. 금이 간 주변 도로와 건물 경계에는 커다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멀리서 보면 24개동 중 2개 동은 앞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게 확연하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 2020년 10월 A빌라 전면에 새로운 B빌라를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사 시작 이후 A빌라 지반이 침하하고 신축 공사장 쪽으로 건물이 기울었다. 2021년 7월엔 A빌라 지반 침하가 심해지면서 16가구 주민 약 40명이 다른 곳으로 대피하기까지 했다. 문제를 일으킨 B빌라 건축주는 일부 보강 공사만 하고 연락을 끊었다.
지난 22일 경기 광주시 신현동에 있는 A다세대주택. 지상 4층 총 24개 동에 200가구 규모로 2017년부터 입주했다. 그런데 언뜻봐도 신축 빌라같지가 않다. 아스팔트 바닥은 군데군데 금이 갔고 울퉁불퉁했다. 금이 간 주변 도로와 건물 경계에는 커다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멀리서 보면 24개동 중 2개 동은 앞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게 확연하다.
도대체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걸까. 2020년 10월 A빌라 전면에 새로운 B빌라를 짓기 위한 터파기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사 시작 이후 A빌라 지반이 침하하고 신축 공사장 쪽으로 건물이 기울었다. 2021년 7월엔 A빌라 지반 침하가 심해지면서 16가구 주민 약 40명이 다른 곳으로 대피하기까지 했다. 문제를 일으킨 B빌라 건축주는 일부 보강 공사만 하고 연락을 끊었다.
지난해10월 광주시가 진행한 건물 안전진단 결과 A빌라는 30년 된 노후 아파트에서나 나올법한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건물 사용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다. 하지만 B빌라 건축주가 잠적하면서 보강 공사 자체가 무기한 미뤄졌고, 계속 바깥 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운 주민들은 올 6월쯤 위험을 감수하고 A빌라로 되돌아왔다.
■기울기 가장 위험한 ‘E등급’…주민들 “하루하루 생존 걱정”
당시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한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는 “건물 구조체는 양호하지만 기초가 배처럼 기울어져 방문과 현관문이 저절로 열리거나 닫히는 사용성 문제가 발생된다”며 “건물 사용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기초 안전성 및 사용성 확보가 필요한 상태”라는 의견을 내놨다. A빌라의 지반 침하 및 균열, 기울어짐 책임도 100% B빌라의 터파기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진단결과, 건물 구조 안전성은 B등급으로 양호했지만 기초와 기울기 부문에서 D등급을 받았다. 건물 1층 현관문 안쪽 바닥과 바깥쪽 바닥 간 단차가 4~8㎝에 달해 지반 침하가 있었고 건물 지반과 외부 도로 역시 지반 침하로 경계부에 균열과 결함이 발생했다.
올해 4월 안전진단에서는 건물 기울기가 공간마다 각기 다르지만 심한 곳은 94분의 1 수준으로 부동침하 기울기 등급 분포 중 가장 심각한 단계인 ‘E등급(구조물이 위험할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왔다.
B빌라 건축주는 사건 발생 초기 일부 보강 공사를 진행했다. A빌라 지반 부분에 옹벽을 세운 것.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물을 바로 세우는 복원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잠적했다. 이후 A빌라 상황은 더 나빠졌다.
땅집고 취재진이 방문한 한 피해 가구에서는 기울어진 쪽으로 방문이 저절로 닫히고 둥근 모양 물건은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한 쪽으로 굴러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이 한쪽으로 쏠린 탓에 근육통이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었다. 주민들은 “균열된 부분으로 빗물이 들어와 집안 누수가 심각하고, 건물 기초도 약해지고 있다”며 “가구마다 단차 차이로 냉장고 문이 비뚤어지고 새벽에 냉장고 문이 자동으로 열려 얼음물이 새는 등 가전도 하나 둘 고장났다”고 했다.
한 주민은 “집을 팔려면 매수자에게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고지해야 하는데 누가 사겠느냐”면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무슨 부동산 투자나 투기하려고 분양받은 것도 아니고, 서울 집값이 비싸니 한적한 외곽에서 오래 살려고 입주했는데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며 “집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귀중품은 늘 차에 두고 다닌다”고 했다.
■ 광주시 “피해자가 스스로 안전 지켜라”
광주시는 사건이 터졌을 당시 땅집고에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수·보강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피해 보상 문제는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여서 시가 개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는 건물을 바로 세우는 복원 공사 비용 일부를 예비비로 편성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적극 대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빌라 건축주가 잠적하자, 광주시는 돌연 입장을 바꿔 안전관리 및 보수·보강 책임을 피해 주민에게로 돌렸다. 광주시는 지난 8월부터 “관련 법에 따라 A빌라 주민들이 자비로 건물 안전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수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A빌라 주민은 “건물이 기울어진 이후 대통령실부터 국민 신문고와 정부의 모든 부처에 민원을 넣었지만 부처를 거치고 거쳐 결국 광주시청 건축과로 넘어왔다. 광주시의 대처는 결국 주민이 알아서 책임지란 식이어서 막막하다”며 “2개동 건물에는 16가구가 머물지만 건물이 무너지면 다른 동 200명 주민도 모두 위험한데, 어느 공공기관도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예비비 지원까지 약속했다가 입장을 바꾼 것은 시가 스스로 행정에 대한 신뢰를 깨는 행위이며 행정의 연속성도 없는 조치”라며 “법적으로 시의 주장은 맞지만,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재량을 발휘할 수도 있는데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적 대처로 보인다”고 했다. /경기 광주=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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