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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도 집도 다 나눠쓴다…미국은 지금 '공유의 시대'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22.11.27 10:50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어려워진 경제, 부동산 공유 바람부는 미국

    얼마 전 월요일에 회사로 한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나에게 익숙한 풍경이지만, 그는 비어있는 사무실을 보고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고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월요일은 직원들이 회사로 출근하는 날이 아니다. 월, 금은 재택근무를 하고 화, 수, 목만 사무실로 나온다. 이미 미국의 많은 회사가 채택하고 있는 근무 스케줄이다. 근데 여러 회사가 출근하지 않는 날 비어있는 사무 공간에 대한 고민이 큰 것 같다. 이런 고민이 사무 공간에 대한 ‘공유’(Sharing)로 이어지고 있다.

    공유 얘기가 나오는 것은 오피스뿐만이 아니다. 천정부지로 오른 임대료 때문에 주거도 공유 비율이 늘고 있다. 고급 주택 단지도 공유란 개념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 오피스도 타임셰어

    미국 부동산 소유나 임대 개념 중에 타임셰어(Timeshare)라는 것이 있다.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임대하고 시간을 나눠 사용하는 것이다. 보통 1년 내내 쓸 일이 없는 별장인 휴가지 주택(Vacation home)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타임셰어가 사무실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미국 회사들은 주 5일을 다 출근하는 경우가 드물다. 일주일에 2~3일은 회사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많다. 이에 따라 회사의 사무공간이 일주일에 2~3일은 텅텅 비는 경우가 늘었다. 이런 점을 이용해 2~3개 회사가 돌아가면서 사무실을 사용하도록 임대하는 것이 오피스 타임셰어다.

    발 빠르게 이 분야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스타트업 회사들도 생겨났다. 지난 9월 코디(Codi)라는 회사는 약 16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하이브리드 워크(Hybrid Work) 시대에 맞춰 한 사무 공간을 여러 회사가 공유하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수많은 회사나 개인이 같은 공간을 단기로 임대해 사용하는 위워크(WeWork)의 공유 오피스와는 좀 다르다. 코디는 약 50여군데의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 군데의 사무 공간을 보통 2~3개 회사가 날짜를 나눠 번갈아 사용한다. 코디 고객의 약 35%는 일주일에 5일 이하로 오피스를 임대해 사용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취재한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회사인 프런티어 탤런트(Front Talent Inc)는 월, 수, 목만 오피스로 출근하는데, 월요일과 목요일은 퇴근 전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개인 노트북 등을 챙기고, 책상과 주변을 청소하는 것이다. 화요일과 금요일은 다른 회사가 사무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일반화되고, 회사들이 경기 후퇴에 맞춰 오피스 비용 절감에 적극 나선다면, 이런 오피스 공유 모델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피스 타임셰어 콘셉트가 자리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작은 회사나 스타트업은 가능하지만, 예민한 정보를 서버나 캐비닛 등에 보관해야만 하는 회사들은 할 수 없다.

    ■ 비싼 임대료에 부모 또는 친구 집 공유

    아파트 임대료가 치솟자 주거도 부모나 친구와 공유하는 일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UBS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18%는 지난 6개월간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과 임대료 없이(Rent free) 살았다고 밝혔다. 1년 전 11%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5년 UBS가 같은 설문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혼자서 임대료를 부담하기 빡빡해졌다는 뜻이다.

    아파트 임대 수요도 줄고 있다. 아파트 임대 소프트웨어 회사인 리얼페이지(RealPage)에 따르면 아파트 점유율의 변동으로 측정하는 지난 3분기 아파트 수요는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30년 동안 리얼페이지가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후 수요가 전년 대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타(CoStar)에 따르면 아파트 공실률도 지난 3분기 5.5%를 기록하며 전분기 5.1%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유는 여전히 비싼 아파트 임대료다. 멀티패밀리 임대 웹사이트인 아파트먼트리스트(Apartment list)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아파트 임대료는 약 25%나 올랐다. 최근 아파트 임대 시장이 식고 있지만, 여전히 요구 임대료(Asking rent)는 높다. 아파트리스트에 따르면 최근 요구 임대료는 1년 전보다 6% 이상 높다. 일부 지역은 10% 이상 높은 지역도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으로 생필품 가격도 오르면서 테넌트(임차인)들이 주거에 쓸 수 있는 여윳돈이 그만큼 줄었다. 결국 젊은 세대들이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집에 더 오래 머물거나 돌아가고 있다.

    [땅집고]서울 강남구 삼성동 '홈즈스튜디오 선정릉'. 8~10평 원룸을 개인 공간으로 제공한다. 총 70평 규모 공용 라운지에는 업무 공간(위 사진)이 있고, 주방(아래 사진)에서는 음식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홈즈컴퍼니

    ■ 자전거, 보트, 악기까지 같이 쓴다

    부동산 공유 경제는 주거 타운 전반에 스며들었다. 주택을 공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 보트, 카약, 심지어 악기까지 공유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시간에 있는 휴가지 단독주택 단지인 하버 클럽 사우스 헤이븐(harbor Club South Haven)은 골프 카트와 저속 차량(Low Speed Vehicle), 스피드 보트, 바이크, 카약, 비치 의자 등을 임대하고 있다. 거주민들은 비싸면서 보관하기 까다로운 물건들을 맘껏 즐길 수 있게 됐다. 아파트 단지 관리회사인 RMK 매니지먼트는 밀워키와 시카고 일대의 아파트에 거주민들을 위한 무료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땅집고]미시건에 있는 휴가지 단독주택 단지인 하버 클럽 사우스 헤이븐(harbor Club South Haven)에 있는 휴가용 임대 숙소. /하버클럽사우스헤이븐

    이뿐 아니다. 공예나 미술, 음악을 위한 공간과 도구들도 공유되고 있다. 랜드리스(Lendlease)라는 회사가 개발한 시카고의 아파트와 콘도미니엄 단지는 거주민들에게 작업장과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미술 도구, 이젤, 작업 선반 등이 작업장에 갖춰져 있다. 또 이 중 한 단지는 각종 기타나 드럼, 피아노, 앰프, 마이크 등이 있는 음악실도 두고 있다. 모두가 비용을 분담해 혼자선 꾸리기 힘든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앞으로 개인이 혼자서 감당하기 벅찬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무거운 짐도 분담하면 훨씬 가볍다. 부동산 비용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유가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더욱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동산 공유 이야기는 당분간 끊이지 않을 것 같다. /글=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정리=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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