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23 08:27 | 수정 : 2022.11.23 10:41
[땅집고]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릴 방침이다. 올해 들어 주택 경기가 악화하면서 아파트 단지마다 실거래가가 공시가격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나자, 주택 보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을 낮춰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 ‘공시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 자문위원회’ 위원인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릴 것을 제안했다. 해당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공시가 현실화율 72.7%→69%…2020년 수준 회귀
자문위가 제시한 안대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 내년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평균 69%로, 기존 로드맵에 따른 내년 현실화율(72.7%)은 물론이고 올해 71.5%보다도 낮아진다.
공동주택 시세별 현실화율은 ▲9억원 미만은 올해 69.4%에서 2020년 68.1%로 ▲9억~15억원 미만은 75.1%에서 69.2% ▲15억원 이상은 81.2%에서 75.3%로 각각 하향조정될 방침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최근 2년여 동안 아파트와 비교하면 현실화율 상승폭이 작았기 때문에 이번 방침으로 인한 인하폭도 상대적으로 작다. 올해 단독주택 평균 현실화율이 58.1%인데, 2020년 수준이라면 평균 53.6%로 낮아진다. ▲9억원 미만은 54.1%에서 52.4%로 ▲9억~15억원 미만은 60.8%에서 53.5% ▲15억원 이상은 67.4%에서 58.4%로 각각 떨어지게 된다.
국토부는 올해 공시가격이 집값을 추월한 아파트가 적지 않은 가운데, 현실화율까지 2020년 수준으로 낮추면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 대비 낮아지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9억~15억원 주택과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공시가격 인하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내년 대치 은마 보유세 4.8% ↓…“시세 하락폭 클수록 세 인하폭도 커”
정부는 공청회에서 내년도 보유세 부담 역시 2020년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조정하더라도 내년도 공시가가 2020년 수준으로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예정이라, 세율 및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조정해 세금을 인하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먼저 종부세의 경우 올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에서 60%로 이미 하향조정됐다. 재산세는 올해 1주택자에 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한시적으로 60%에서 45%로 낮춰주는데, 내년 재산세를 2020년 수준으로 맞추려면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을 추가로 조정해야 한다.
이번 조치로 아파트 보유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까. 신한은행 우병탁 WM컨설팅센터 팀장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내년 보유세가 696만원 정도로 올해(730만9000원)보다 4.8% 낮아질 예정이지만 2020년 보유세(565만원) 수준만큼 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내년 1주택자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인데, 올해(45%)보다는 높은 50%로 낮춰준다는 가정 하에서다.
우병탁 팀장은 “올해 시세가 크게 하락한 아파트는 내년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많이 낮아지면서 보유세 인하폭도 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실제 2020년 수준으로 세 부담이 낮아질 지 여부는 앞으로 법 개정 과정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달 중 공시가격 현실화율 재조정안과 재산세 등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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