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노선 바꿔!"…GTX도 위신선도 월판선도 "골치 아프네"

    입력 : 2022.11.22 13:56 | 수정 : 2022.11.22 15:11


    [땅집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TX-C노선이 단지 지하를 관통하는 데 반대하는 의미로 외벽에 '현대그룹 OOO(회장)은 목숨팔아 돈 버느냐'고 적힌 현수막을 걸어뒀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하철 노선이 우리 아파트 지하를 뚫고 지나간다니요? 절대 안됩니다!”

    최근 수도권에서 서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광역교통망 사업들이 개통 예정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신설역이 개통하는 것은 물론 환영하지만, 노선이 특정 동네 혹은 아파트 부지 지하를 관통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그에 따른 각종 불이익을 우려해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공사 과정이나 개통 이후 열차 운행시마다 발생하는 진동·소음 등 영향으로 안전 문제가 걱정되는 것은 물론 삶의 질도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추후 재건축 사업에도 지장을 줘 재산권 침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광역교통망 사업을 시행하는 정부·지자체나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이 같은 주민들 걱정이 노파심에 불과한데도, 광역교통망 사업을 지연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맞서면서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주민들 목숨 팔아 돈 버나”…GTX-C·위례신사선·월판선 등 곳곳서 갈등

    [땅집고] GTX-C 노선 중 양재역에서 삼성역으로 회선하는 구간에 은마아파트가 있어 단지 지하에 터널을 파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 삼성역을 거쳐 양주시 덕정까지 연결하는 GTX-C노선은 지하 40~50m 대심도(大深度)로 건설하며 2023년 착공,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노선 중 삼성역~양재역 구간이 은마아파트 코너 부지 지하를 지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과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의 갈등이 시작됐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올해 10월 단지 재건축 정비안이 23년 만에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면서 새아파트로 거듭날 물꼬가 겨우 트였는데, 최고 시속 180km로 운행하는 GTX-C 열차가 아파트 하부를 통과한다면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은마재건축추진위원회가 노선 관통을 결사반대한다며 단지 외벽에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어뒀다. 지난 21일에는 추진위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경찰과 충돌하는 등 갈등의 골이 더욱 커지고 있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 주민들이' 서울 중구 덕수궁 앞에서 위례신사선이 단지 지하를 관통하는 데 반대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서울시의회 출입기자단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에서 서울 강남구 신사역을 잇는 위례신사선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터졌다. 이 노선 일부 구간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미리타운’(1988년 준공, 4494가구) 1단지와 2단지 사이에 있는 도로(중대로4·8길) 지하를 관통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주민들은 “지금도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는 낡은 아파트인데, 단지 지하에 위례신사선 경전철 사업까지 진행된다면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며 노선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 월곶과 성남시 판교를 동서로 잇는 월판선 복선전철사업도 주민 반발에 맞닥뜨렸다. 2027년 개통 예정인 이 노선은 현재 6공구 구간(안양여고사거리~비산사거리)이 이미 착공한 상태다. 그런데 6공구가 안양시 만안구 남부시장과 일부 주택 밀집지 지하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선 변경을 위한 집단 시위가 시작됐다.

    ■노선 변경시 최소 10년 더 걸려…“정부 중재 나서야”

    [땅집고] 2020년 열렸던 GTX-C노선 공청회에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해 공청회가 무산됐다. /은마아파트 소유주 제공

    각 노선 설계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주민 반발을 고려해 노선을 변경하려는 시도가 있긴 했다. 예를 들어 GTX-C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노선이 은마아파트를 우회하는 노선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최근 추진위가 정의선 회장 자택 앞 시위를 벌이는 등 도를 넘은 집단행동에 우회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안전문제와 재산상 피해를 걱정하는 주민들 반응이 이해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또다른 한편에서는 노선 개통에 따른 교통 편의성 증대, 집값 상승 등 적지 않은 수혜가 예상되는데도 당장의 피해만 강조하며 광역교통망 사업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님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땅집고] 서울시가 제시한 강남구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조감도. /한국과학기술계획평가원 보고서 발췌

    전문가들은 광역교통망 사업을 진행할 때 일부 주민들만의 편익을 이유로 노선 계획을 변경하면 시간과 비용이 크게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노선을 변경할 경우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실시계획 등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만 최소 10여년이 추가로 걸리고, 그에 따른 비용도 불가피하게 따른다는 설명이다.

    이에 깊이가 상대적으로 얕은 중심도 노선이 아닌, 지하 40m 이상 대심도로 건설하는 노선의 경우 상층부 건물에 큰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지역 주민들의 오해가 쌓이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GTX 등 대심도 노선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은 비과학에 근거한 민원이다. 땅 속으로 들어갈수록 암반이 단단하기 때문에 되레 시공과정에서 안전하고, 추후 상층부 아파트 재건축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며 “이에 대해 국토부 등 정부가 과학적인 설명을 통해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데, 이 같은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 꼬마빌딩, 토지 매물은 ‘땅집고 옥션’으로 ☞이번달 땅집고 옥션 매물 확인

    ▶ 우리집 재산세·종부세·양도세 땅집고 앱에서 단번에 확인하기. ☞클릭!

    ▶ 국내 최고의 실전 건축 노하우, 빌딩 투자 강좌를 한번에 ☞땅집고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