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17 08:22
[땅집고] “와, 집 44채를 한꺼번에 단돈 3억5000만원에 판다고요? 이거 완전 ‘개이득’ 아닌가요?”
최근 주택 44채를 포함하는 스페인의 한 마을이 통째로 3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화제다. 우리나라에선 번듯한 아파트 한 채만 사려고 해도 빠듯한 돈인데, 비교적 저렴한 금액으로 단박에 다주택자가 될 수 있다니 눈길이 절로 간다. 대체 왜 이렇게 싼 걸까.
화제의 매물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살토 데 카스트로’(Salto de Castro)라는 마을이다. 이 곳에는 주택 44채를 비롯해 호텔, 교회, 학교, 수영장 등이 들어섰다. 산등성이에 들어선 집집마다 지붕이 붉은색이라, 멀리서 보면 마을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겨 마치 휴양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곳은 지난 30여년 동안 사람 발길이 뚝 끊겼던 ‘유령 마을’이다. 당초 1950년대 초반 스페인의 한 전력회사가 인근에 저수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장 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사택을 꾸린 것이 바로 이 마을이다. 하지만 공사가 끝난 뒤 근로자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나면서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거주자가 한 명도 없게 됐다. 현재 마을을 이루는 주택과 시설들이 낡은 채로 방치돼 있으며, 금이 간 벽면마다 누군가 여러 색깔의 스프레이로 낙서칠을 해 둔 모습도 보인다.
그동안 버려진 ‘살토 데 카스트로’를 되살려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2000년대 초 한 남성이 이곳을 유명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마을을 통째로 매입했던 것.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뒤 유로존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개발 계획이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남성은 눈물을 머금고 마을을 매물로 내놓게 됐다. 그는 당초 650만유로(88억2500만원)에 매물 등록했는데, 선듯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자 호가를 점점 낮출 수밖에 없었고, 결국 현재는 26만유로(3억5300만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 정도 금액은 스페인 대도시인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등 지역에선 침실 1개를 포함하는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는다고 알려졌다.
이 마을 중개를 담당하는 부동산 관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매수에 관심을 표해온 사람이 300명 정도”라며 “러시아·프랑스, 벨기에, 영국 등에서 문의 연락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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