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17 07:39 | 수정 : 2022.11.17 11:15
[땅집고] 고금리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미국·홍콩 등 다른 나라에서도 거래량이 줄고 집값이 떨어지는 등 주택 경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미국 집값 거품’ 구글 검색량 15년 만에 최고
CNN·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미국 집값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자료를 보면 지난 9월 매매된 기존주택 중간값은 전달의 39만1700달러(약 5억1800만원)보다 소폭 하락한 38만4800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7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다.
거래량도 꺾였다. 지난 9월 미국 주택 계약 건수는 471만 건으로, 4개월 연속 하락해 작년 9월 대비 31% 감소했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최저이자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12년9월 이후 가장 낮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고정금리가 연 7%를 돌파한 영향이 크다고 본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서도 얼어붙은 매수심리를 엿볼 수 있다. 지난 9월 ‘미국 집값 거품’이란 키워드 검색량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미국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Fed는 “모기지 금리 상승 여파로 미국 집값이 최대 2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5~2007년 집값 거품과 최근 집값 상승 폭을 비교하며 이 같이 분석했다.
부동산 업체 레드핀은 올 들어 주택 판매 부진 이유로 모기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점을 꼽았다. 레드핀에 따르면 1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중간 가격의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연 7만3668달러(약 9750만원)를 벌면 됐다. 그러나 지난달 기준으로 보면 1년 전보다 45.6% 상승한 연 10만7281달러(약 1억4200만원)의 소득이 있어야 중간 수준 주택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일반적인 주택을 사려면 10만달러 이상 소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홍콩 집값도 올 들어 10% 이상 ‘뚝’
비싸기로 악명이 높은 홍콩 집값 역시 6년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업체 미드랜드 리얼티(Midland Realty)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홍콩시내 20개 단지 주택 가격이 하락했으며, 이 중 16개 단지는 10% 이상 떨어졌다. 도시 전체의 주택 가격 지수는 5년래 최저 수준이다.
홍콩섬 내 폭풀람(薄扶林)의 494평방피트(약 45.9㎡)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2018년 1869만 홍콩 달러(약 31억6300만원)이었지만, 이달 초 1328만 홍콩달러(약 22억4700만원)에 팔리며 29% 떨어졌다. 11월 홍콩 신규 주택 평균 가격은 2018년보다 34% 급락한 793만 홍콩달러(13억4100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저치다.
홍콩 집값 하락 역시 높은 금리 영향이 결정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홍콩 집값이 내년 말까지 최대 30% 급락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주택 거래는 줄어든 반면, 신규 주택 미분양이나 압류된 부동산은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주택 가격 하락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이라면서 “집값은 11월과 12월에 3~4%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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