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14 12:06
[땅집고] "MICE 호재 보고 잠실에 집 사러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빙하기로 접어든 부동산 시장의 한파가 유독 서울 잠실에 더 혹독한 이유는 뭘까. 현지에서는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으로 시세 급등을 우려해 지정된 '토지거래허가제'가 이 일대 거래절벽 현상을 부추겼다는 분위기가 짙었다. 강남에서도 유독 잠실 집값이 곤두박질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고금리 기조가 길고 강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잠실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이른바 ‘송파 3대장’으로 불리는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는 최고가 대비 약 30% 떨어진 금액에 계약서를 쓰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평균호가보다 수억원 낮은 매물도 시장에서 소화가 안되는 상황이다. 이중에서는 리센츠 아파트만 20억(전용면적 84㎡ 기준) 저지선을 사수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와 올해 서울에서 계약된 같은 단지, 같은 전용면적 아파트의 평균 매매 거래가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송파구는 '강남 3구' 중에서도 아파트 하락 거래 비중이 45.8%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24.6%), 서초구(14%)에 비해 거래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실 엘리트 84㎡, 7억5000만원 ‘뚝’
중개업계에 따르면 잠실 엘스 전용 면적 84㎡는 지난달 19억5000만원에 손바뀜 했다. 9일 기준 최저 호가도 이와 같다. 이 금액은 지난해 3월 거래된 가격인 27억에 비해 30% 가까이 떨어진 금액이다. 엘스 전용 84㎡는 2019년 12월 처음으로 20억원을 넘긴 뒤 줄곧 신고가를 기록해왔다.
트리지움 84㎡는 18억원 '급매'가 나왔으나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트리지움 전용 84㎡는 지난달 8일 19억50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됐지만, 같은 달 28일 18억원에 매매거래 됐다. 한달도 안 돼 1억5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리센츠 전용 84㎡는 19억5000만원부터 나와 있다. 지난달 실거래가는 20억2000만원으로, 그나마 20억원 저지선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이들 단지는 일명 '잠실 대장'으로 불리며 1만가구의 헬리오시티와 함께 송파구 집값을 견인해왔다. 엘스 전용 84㎡는 지난해 3월 27억에 거래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리센츠도 올해 4월 26억5000만원 신고가를 찍었다. 트리지움 최고가는 지난해 9월 기록인 24억5000만원이다.
■잠실 옥죄는 '토지거래허가제'
업계에서는 잠실 집값이 맥을 못추는 가장 큰 이유로 '토지거래허가제'를 꼽았다. 정부는 2020년 6월 마이스(MICE)산업 개발,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추진에 앞서 이 지역 가격 급등을 우려해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난 6월 재지정을 통해 기간이 연장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를 할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다. 기준 면적 이상 주택을 살 때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실거주만 해야 하므로, 사실상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수)가 금지된다.
공인중개사 A씨는 "토지거래허가제 때문에 잠실 일대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마이스 산업 때문에 이 일대가 2년간 규제에 묶여 있는데, 정작 첫삽도 안떴지 않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정작 그 산업에 대해 문의하거나, 그 사업 덕분에 집값 오를 것 같아서 왔다는 사람은 없다"며 "내년에는 꼭 풀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사 B씨는 "예전에는 파크리오보다 엘리트가 1억~2억 더 비쌌는데,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가격차가 줄었다"며 "사실상 엘리트 소유주들이 일정 부분 손해를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15억 초과 아파트 대출 규제’도 거래 동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그나마 정부가 이 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시장 상황을 주시한다는 이들도 있다. 공인중개사 C씨는 “매물이 급하게 거래되는 상황이 아닌 만큼, 규제 완화 기대감에 12월까지 상황을 보겠다는 대기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 입성, 다신 없을 기회" 문의도 꾸준
잠실 일대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이 일대 주택 매입을 고민하는 이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했다. 1년 전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져 강남 입성의 적기로 보는 수요자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도 '잠실 입성은 지금이 최고의 기회' '엘스 로얄동이 어디인가' 라는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이 일대 중개사들에 따르면 최근 19억원 내외의 매물은 나오자마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일 19억원에 나온 엘스 급매물은 그새 자취를 감췄다. 공인중개사 A씨는 "상승기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매수 문의도 꾸준한 편"이라고 전했다.
잠실엘스(5678세대)와 리센츠(5563세대), 트리지움(3696세대)은 2호선 잠실새내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세 단지를 합치면 약 1만 5000가구에 달한다. 엘스(잠일초), 리센츠(잠신초), 트리지움(버들초) 모두 단지 안에 초등학교를 품고 있으며, 상가에 학원이 밀집해있어 자녀를 둔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쇼핑·문화시설이 가깝고 한강, 성내천, 올림픽공원, 석촌호수가 인근에 있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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