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13 10:06 | 수정 : 2022.11.13 18:43
[땅집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 빈살만 왕세자(37)가 2017년 발표한 초대형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가 최근 본격 착공하면서 전 세계 건설업계가 총성없는 수주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석유 중심의 사우디 경제를 대전환하기 위해 빈살만 왕세자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신도시다. 사우디 북서부 타북(Tabuk)주에 서울시 약 44배에 달하는 약 2만6500㎢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를 조성하는 것으로, 사업비만 총 5000억 달러(약 700조원)에 육박한다. 친환경 에너지·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총동원된 스마트 시티로,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조감도 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대규모 인프라 입찰이 진행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주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를 겪고 있는 국내 건설사 역시 불황을 뚫을 돌파구로 이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부터 3박4일간 건설·모빌리티·정보통신(IT)·스마트시티 부문 22개 민간기업과 ‘원팀코리아’를 구성해 사우디를 방문하기도 했다. 메가 프로젝트 발주를 앞둔 사우디를 집중 공략해 제2의 중동붐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 빈살만의 야심 담긴 네옴시티…“아부다비보다 더 큰 도시 만든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7월 네옴시티의 ‘더 라인’ 도시 조감도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네옴시티를 아랍에메리트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아부다비보다 더 큰 도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2030 친환경 미래도시 프로젝트로 추진된다. 새로움(New)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네오(Neo)’에 아랍어로 미래를 뜻하는 무스타크발(Mustaqbal)의 ‘M’을 합쳐 만들었다.
네옴시티는 3개 도시로 나뉜다. ▲길이 170㎞에 달하는 자급자족형 직선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로 구성된다.
핵심 도시 ‘더라인’은 네옴시티의 대표 주거지다. 폭 200m, 서울의 마천루 롯데월드타워(550m)와 비슷한 높이 500m의 외벽 2개를 평행하게 세우고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거리와 맞먹는 170km 길이 땅을 일직선으로 연결해 도시를 만든다. 양 외벽은 거울처럼 반사되는 거대한 유리로 마감할 예정이다. 독특한 설계 덕분에 더 라인은 거대한 압축 도시, 미래형 만리장성이라 불리고 있다.
100% 친환경 에너지로 운영되며, 교통 수단은 플라잉 택시와 고속철도밖에 없다. 라인의 끝에서 끝까지 고속열차를 이용하면 20분이 소요되며 주민들이 걸어서 5분이면 도시 내 웬만한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더 라인은 2020년 도시 계획이 발표된 이후 현재 착공했다. 1차 완공 시기는 2025~2026년이며 2030년에 모두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 도시 ‘옥사곤’은 홍해에서 가장 큰 팔각형 항구 도시로, 무역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구상했다. 옥사곤은 전 세계 40%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비행기로 6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가졌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같은 첨단 기술이 집적된 산업 중심지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관광도시 ‘트로제나’는 사우디에서 가장 높은 산맥에 조성되는 휴양지다. 스키, 산악자전거, 해상 스포츠, 웰니스 센터, 자연보존지역에서 레저와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사우디는 2026년 쯤이면 이 도시에 총 45만명이 거주할 수 있고, 완공 예정인 2030년에는 150만~200만명이 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네옴시티 도시 설계를 맡은 안토니 바이브스(Antoni Vives)는 “복잡하고, 어렵고, 이상적인 도시를 만들 예정”이라며 “강한 진전을 이뤄왔고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옴시티 실현 여부 떠나 수주 기회 놓치지 말아야”
우리나라 일부 기업들은 최근 네옴시티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도 올렸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네옴 지하에 총 28㎞ 길이의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사업을 수주했다. 수주액은 10억 달러(1조3000억원) 안팎이다. 현대건설은 옥사곤 프로젝트 1단계에 입찰해 유럽, 중국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일각에선 네옴시티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짙다. ‘더라인’의 경우 높은 벽 사이에 들어선 도시 모든 공간에 일조량이 부족한 공간이 발생하면 홍보 영상처럼 친환경 도시 구현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또 사우디에선 초대형 건설 사업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사우디는 2013년부터 1007m 높이의 세계 최고층 건물 ‘제다 타워’를 건설 중이지만 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 실현 여부를 떠나 수주 기회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네옴시티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총 5000억달러 이상 사업이고 앞으로 약 500억달러 발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를 완벽하게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해외건설 수주는 건설사의 집토끼와 같은 영역이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기업이 수주에 성공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거시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스마트 시티는 토목·건설·수도·에너지·교통·환경·IT·문화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주요 기업이 이런 부분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수주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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